제212장

서정희는 염정훈이 일하는 모습을 처음 봤다. 그는 자신한테만 쌀쌀맞은 게 아니었다. 이미림은 너무 놀라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녀는 다급히 변명했다. “대표님, 방안은......정희 씨, 정희 씨가 말해봐요.” 이미림은 고개를 돌려 서정희를 쳐다봤다. 서정희는 당당하게 허리를 쭉 펴고 서서 염정훈의 시선과 마주쳤다. 용감하구나! 무슨 생각하는 거야. 정신 차려. 이미림은 얼른 머릿속에 떠오르는 부적합한 생각들을 몰아냈다. 서정희는 이미림이 보내는 애원과 협박이 섞인 눈빛을 보고는 입을 열었다. “제 방안에 대해 대표님은 어느 부분이 불만족스러우신가요?” 염정훈이 눈을 가늘게 뜨더니 물었다. “당신이 한 거라고?” 서정희는 출근한 지 이틀밖에 안 되는 신입사원이었다. 이렇게 중요한 기획안 작성에 본인이 참여하려 해도 팀장이 불허했을 것이다. 본 기획안은 분기별 고과와 연말 보너스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건 팀장이 서정희더러 뒤집어쓰라는 의미였다. 그녀도 바보가 아닌 이상 그대로 뒤집어쓰지는 않을 것이다. “네, 저도 참여했어요.” 이미림은 그녀의 대답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참여만 했다면 모든 책임을 그녀에게 전가할 수 없게 된다. “뭘 했는데?” 이미림은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서정희를 바라봤다. 그녀는 설계방안을 가리키면서 진지하게 답했다. “설계방안은 제가 직접 프린트했습니다.” 이미림:“......” 염정훈은 애써 웃음을 참았다. 그녀의 얌전한 모습이 본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그보다 잘 아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이 여자, 사나울 때는 얼마나 사나운데. 물건으로 자신의 머리만 몇 번 내리쳤다고! 이미림은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낮은 소리로 말했다. “정희 씨, 대표님 앞에서 농담하지 말고. 프린트가 뭐에요? 이번 기획안 정희 씨가 제안한 거잖아요. 대표님, 양해 부탁 드려요. 입사한 지 얼마 안 되는 신입이라 아직 아무것도 몰라요.” 서정희는 어제 오후 부서 회의 때의 광경이 떠올랐다. 배경을 불명한 신입이라 행여나 타부서의 스파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