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1장

일이 커졌다. 염정훈이 면담을 하더라도 영업부서 부서장쯤 찾아야 하는데, 지금은 작은 영업팀의 팀장을 찾았다. 그러자 배라율은 바로 표정을 바꿔 서정희를 나무랐다. “정희 씨, 경력이 없으니까 C팀에 와서 열심히 배우라고 했잖아요. 프로젝트에 신경을 쓰는 게 아니라 괜히 쓸데없는 짓을 하다가 대표님 화나게 한 거 아니에요?” “얼굴이 좀 된다고 회사가 함부로 해도 되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대표님이 어떤 사람인데, 지난번에 대표님에게 꼬리를 치던 여사원이 어떻게 됐는지 알아요?” 서정희는 요즘 뭐든 이상하게 꼬였다. 자신은 그저 비서실 한 번 다녀온 게 다인데, 방금 전까지 우호적인 동료들이 태도가 갑자기 180도 바뀌더니 갈수록 귀에 거슬리는 말들을 해댔다. 그녀는 무거운 표정으로 되물었다. “대표님 얼굴은 아예 뵈지도 못했어요. 기획안을 비서실에 맡기고 내려왔는데, 제가 어떻게 대표님을 화나게 할 수 있었겠어요?” “예전에는 기획안을 제출하기만 하면 아무 일도 없었는데, 정희 씨가 제출하니까 왜 이렇게 시끄러워요? 이 일은 정희 씨가 책임져야죠.” “맞아요. 팀장님. 정희 씨를 데리고 가요.” 모든 사람이 한 마디씩 거들었다. 서정희더러 뒤집어쓰라는 것이었다. 이게 바로 직장이었다. 서정희는 지금 직장의 뼈저린 현실을 체험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미림의 뒤를 바짝 따라갔다. 이미림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정희 씨, 수습기간이 3개월이에요. 내가 수습 통과서에 사인하기를 바란다면 조금 있다가 어떻게 해야 할지 알죠?” 나더러 다 뒤집어쓰라는 거잖아. 너희들 눈에는 염정훈이 바보로 보여? 서정희는 웃으면서 답했다. “알겠어요. 팀장님.”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진영이 보였다. 이미림은 바로 허리를 90도로 굽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실장님.” 서정희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면서 인사하자 이미림은 바로 그녀의 등을 누르면서 허리를 굽혀 인사하게끔 했다. 그러자 진영이 빠르게 입을 열었다. “시간이 없어요. 대표님께서 기다리고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