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0장

서정희는 김효진의 앞에 다가가서 선물을 테이블 위에 놓은 다음을 입을 열었다. “효진 씨, 이건 효진 씨를 위해 준비한 거예요.” 김효진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손으로 안경을 올리면서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런 데 시간을 낭비하려고 회사에 들어왔어요?” “정희 씨, 관둬요. 그 사람 성격이 워낙 그래요. 싫으면 돈을 아끼는 거지 뭐. 안 그래요?” 이소미는 서정희를 보고 눈을 깜빡거리면서 말했다. “기획안은 내가 진 실장님한테 전해줄 거니까 걱정하지 마요.” “네, 고마워요. 그럼 일하는 데 방해하지 않고 저는 이만 가볼게요.” 서정희는 김효진을 아래위로 훑었다. 그녀는 계속해서 열일 모드였다. 그녀의 세상에는 마치 일이 전부인 것 같았다. 비서실에서 이소미와 김효진은 상반되는 성격이었다. 문제가 있다면 과연 누가 문제가 있을까?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설령 자신이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이 본모습을 드러낼 거라고 그녀는 확신했다. 브로치에 위치추적기를 설치했으니까 이번에 주도권은 그녀에게로 넘어왔다. 펑! 조용한 복도에 아무 사람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사색에 잠겨 앞도 제대로 보지 않고 걸어가는데, 갑자기 누군가의 품에 쏙 들어갔다. 그러자 익숙한 목소리가 머리위에서 들려왔다. “다 큰 어른이 앞도 보지 않고 걸어?” 서정희는 얼른 그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사무실에 있을 줄만 알았던 염정훈이 갑자기 복도에 귀신처럼 나타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대표님, 죄송해요. 저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그녀는 아예 염정훈을 쳐다보지도 않고, 고개를 떨어뜨린 채 급히 가버렸다. 행여나 염정훈이 자신을 만류할까 봐 조마조마한 심리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서정희는 빠르게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했다. 그러자 마침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안에서 진영와 진상정이 걸어 나왔다. 동료들이 지어준 별명을 떠올리자 두 사람은 진짜 한 쌍의 저승사자 같아 보였다. 서정희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손으로 막고 엘리베이터에 탔다. 염정훈은 그녀의 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