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5장

문밖에 서있던 백 씨 집안사람들은 눈앞의 광경에 분노했다. 특히 백선은 노기등등해서 빠르게 다가왔다. 예전에는 그나마 서정희에 대해 온화하던 그가 지금은 삼켜버릴 듯 서정희를 노려봤다. “선희야, 뭐하는 거야?” 그는 변선희를 부축하면서 야단치듯 말을 이었다. “아무리 선희가 원망스럽더라도 네 엄마잖아. 떨어져 있는 동안 내내 널 걱정했어. 그러다가 병든 거고. 워낙 심장이 안 좋은 데다가 계속해서 이렇게 자극하면 어떡해. 이러다가 선희가 잘못되면 좋겠어?” “여보, 됐어. 그만해.” 변선희가 사정했다. 백선은 변선희의 손등을 토닥거리면서 엄숙한 표정으로 계속해서 말했다. “네가 믿든 안 믿든 난 진심으로 네 처지가 안쓰러워 내 딸처럼 대하려 했어. 그러면 선희도 너에게 못해줬던 거 해줄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오늘 보니, 정훈이가 왜 너랑 이혼했는지 알 것 같네.” 위가 좀 편할까 싶었더니, 난리 통에 서정희는 다시 한 번 화가 끓어올랐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위의 통증이 온 몸으로 퍼져서 눈썹을 한껏 찌푸렸다. 그러다가 이를 깨물고 애써 한 마디 던졌다. “왜죠?” “너는 타인의 관심을 받을 자격이 없기 때문이야. 선희가 널 낳을 때 하마터면 죽을 뻔했어. 그런 선희에게 효를 다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대하다니. 천벌도 무섭지 않아?” 백선이 갑자기 근거 없는 죄명을 뒤집어씌우자, 서정희는 몸과 마음이 이중 타격을 받았다. 그녀는 목까지 올라온 피를 삼키면서 백선을 째려봤다. “다 말했어요? 그러면 다들 나가주세요!” 그녀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다. 이런 사람들과 말하느니 차라리 벽과 대화하는 게 백 배 나았다. 까마귀의 세상에서 거위는 늘 잘못을 저지른 쪽이었다. 서정희는 통증이 너무 심해서 그저 휴식하고 싶었다. 그런데 백 씨 집안사람들은 물러갈 생각이 없었다. 특히나 백지연은 기회를 잡은 터라 날뛰기 시작했다. 이 곳에는 염정훈도 서 씨 집안사람도 없이 오로지 자신 혼자뿐이었다. 백지연은 여태껏 쌓였던 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