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3장
변선희를 보는 찰나, 서정희는 그나마 인연이 있긴 있나 보네라고 생각했다. 다만 가엾으리만큼 적을 뿐이지.
서정희가 돌아서서 가려고 하자 변선희가 뒤따라왔다.
“정희야, 잠깐만. 할 말이 있어.”
서정희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뿐더러 되려 더 빨리 걸어갔다. 그런데 뒤에서 갑자기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 사모님, 천천히 걸으세요. 심장이 못 견뎌요.”
그 말을 듣자 서정희는 멈춰 섰다. 변선희는 그제야 숨을 가쁘게 쉬면서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정희야, 기다려.”
화장기가 없는 변선희의 얼굴에는 창백한 기운이 가득했다. 심지어 입술은 보라색을 띠었다.
“백 사모님, 우리 사이에 아직도 할 말이 남았나요?”
“정희야, 오 분, 딱 오 분이면 돼.”
변선희는 애원했다.
옆에 서있던 간호사도 덧붙였다.
“환자분, 백 사모님 상황이 안 좋으세요. 더 이상의 자극을 받으시면 큰 일 나요.”
간호사의 말은 서정희를 양난의 경지에 몰아넣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좋아요. 딱 오 분이에요.”
서정희는 먼저 자신의 병실로 들어갔다. 변선희도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두 사람은 소파의 양 끝에 앉았다. 그러자 변선희가 서정희에게 다가오면서 손을 잡았다.
서정희는 빼내려고 하다가 변선희에게 자극을 줄까 봐 그대로 놔뒀다.
“백선도 그다지 잘해주는 건 아닌가 보네요. 우리랑 있을 때에는 건강 상태가 그 정도로 망가지지 않았잖아요.”
심장병은 선천적인 요소 외에 후천적인 생활 습관과는 관계가 없었다. 그렇다면 한 가지 가능성이 남았다. 정신적인 충격.
변선희는 머리를 저으면서 답했다.
“그이는 잘해줘.”
서정희가 반감을 느낄까 봐 변선희는 얼른 화제를 바꿨다.
“내가 떠날 때에 네가 아직 어려서 네 아버지가 너에게 어떤 이야기는 하지 않았을 거야. 정희야, 내가 왜 떠났는지 궁금하지 않아?”
서정희는 다른 한 손으로 소파를 꽉 잡았다.
“딴 사람이 좋아서 우리를 배신한 거 아닌가요?”
“정희야, 내가 이야기 하나 해줄게.”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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