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1장

사람들의 시선이 염정훈에게로 쏠렸다. 그 순간, 그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눈길은 서정희에게로 향했으니 입으로는 자신의 속내와 전혀 다른 말을 했다. “약혼식을 취소할 생각이 없습니다.” 이때 백지연은 긴장해서 침을 꿀꺽 삼켰다. “정훈 씨, 그럼 나를 선택하는 거야?” 염정훈은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백지연은 그제야 한시름 놓고, 달려가서 염정훈의 팔짱을 꼈다. “정훈 씨 마음속에 내가 있을 줄 알았어. 아빠, 할아버지, 들으셨죠?” 얼음처럼 굳어있던 백 어르신의 얼굴이 비로서 풀렸다. “남자 대장부가 자신이 한 말은 목숨처럼 지켜야 하네.” “앞으로 내 딸을 잘 부탁하네.” 백선이 염정훈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당부했다. 결과를 예상했지만, 그 순간이 눈앞의 현실이 되자, 서정희의 홀로 추운 겨울의 찬바람을 맞는 것 같이 마음이 허전했다. 그녀는 염정훈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빼내면서 말했다. “당신의 선택을 존중해.” 염정훈은 떠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백 어르신 앞에서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때 변선희가 머뭇거리다가 급히 서정희를 따라 나갔다. 서정희는 허리를 쭉 펴고 천천히 사람들의 시선에서 멀어졌다. 그 뒷모습은 마치 고독한 승냥이가 상처투성이인 몸을 이끌고 나무 그늘 아래에서 홀로 상처를 치유하는 모습 같았다. “정희야.” 변선희는 발걸음을 재촉해 서정희를 따라잡았다. “얘기하자.” 서정희는 숨이 차서 헐레벌떡하는 변선희를 빤히 쳐다보았다. 오늘 일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이 여자의 진면모를 알 수 있었다. “백 사모님, 앞으로는 당신의 사윗감을 다시는 건드리지 않을 테니 걱정하시 마세요.” 서정희는 차갑게 내뱉었다. 변선희는 그녀의 앞길을 막으면서 계속해서 말했다. “정희야, 오 분만 줘. 오 분이면 돼.” 서정희는 그녀를 냉정하게 쳐다보면서 말했다. “드디어 당신의 목적을 이뤘잖아요. 아시다시피 당신이 지켜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염정훈이에요. 다른 일 없으면 먼저 가볼게요.” “정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