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1장

서정희는 그가 자신을 데리러 올 걸 상상도 못해서 매우 의아했다. 비록 모든 물건을 지한한테 맡겼지만 서정희는 차에 올라타면서 여전히 긴장을 멈추지 못했다. 염정훈이 쉽게 자신을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차에 타자마자 그가 전에 없던 태도로 물었다. “즐거웠어?” “응, 좀 무섭긴 해. 빈이 놀라서 엉엉 울었어.” 그녀는 덤덤한 표정으로 대답을 했고 염정훈은 아무 일 없는 듯 그녀의 얼굴에서 시선을 돌렸다. 그는 서정희를 이이들과 함께 있게 하면 그녀가 예전처럼 밝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되돌릴 수 없는 건 둘 사이의 감정뿐만 아니라 서정희도 마찬가지였다. 예전에 둘이 같이 있을 때 그녀는 자신의 팔짱을 끼고 옹알옹알거리며 말을 멈추질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단정하게 옆에 앉아 있고 손은 팔걸이를 잡고 있으며 시선은 창밖으로만 향했다. 질문을 해야 대답을 하고 입을 열지 않을 때 둘 사이의 거리는 한없이 멀게 느껴졌다. 분위기는 숨이 막힐 정도로 적막했고 가는 내내 둘은 아무 말도 안했다. 서정희는 염정훈의 시신을 느꼈고 마음속으로 불안해했다. 설마 몰래 나온 것을 발견했나? 불과 하루전에 그는 엄중히 경고했다. 섬을 개발하는 것도, 섬의 생활을 보장하는 것도 다 허락할 수 있다. 조건은 단 하나, 다시는 지한을 만나지 말것. 하지만 맹세를 한 다음 날 약속을 어겼으니 염정훈이 어떻게 생각할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서정희를 향한 시선은 그녀의 살과 뼈를 찢는 것 같았다. 집에 도착해도 그는 화를 내지 않았고 서정희는 그제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염정훈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 “오늘 저녁은 밖에서 멀을 거야.” “응,알았어.” 서정희는 차 문을 열고 내리려 했다. 손목이 갑자기 아프더니 그녀는 다시 제자리로 끌려갔다. 그녀는 염정훈의 품속에 안겼고 손바닥은 그의 가슴에 힘없이 얹혔다. 그녀는 어리둥절하게 그를 의혹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왜?” 염정훈은 침울한 표정으로 또박또박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