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9장

서정희는 이런 곳에 처음으로 와봤다 . 방안은 끔찍할 정도로 춥고, 한기는 발끝 부터 온몸으로 퍼졌으며, 수많은 눈이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았다. 멀쩡히 서있는 것만으로도 온 몸의 힘을 다 쓸 것만 같았다. “두려워 하지 마요.” 지한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정희의 손은 식은땀에 젖었다. 그녀는 침착한 목소리로 직원한테 말했다. “작별 인사를 하고 싶어요.” “네, 알겠습니다. 너무 오래 걸리지 마세요. 저는 일단 밖에서 기다릴게요.” 직원이 나가자마자 알수 없는 곳에서 음산한 바람이 불어왔고 이에 놀란 서정희는 지한의 품에 와락 안겼다. 지한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은 정말 이런 곳과 안 어울리는 것 같아요. 밖에서 잠깐 기다려요, 금방 나갈테니.” “하지만…” 지한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저는 시체라곤 수도 없이 본 사람이라 아무리 끔찍한 걸 봐도 더 이상 놀라지도 않아요.” 서정희가 끝까지 나가질 않아 지한은 어쩔 수 없이 말했다. “그럼 눈을 감아요. 제가 설명해줄 테니.” “알겠어요.” 서정희는 마침내 그의 말에 동의했다. 그녀는 지한의 등뒤에 숨어서 그의 검은 재킷위 어두운 무늬에만 시선을 집중했다. 지한의 팔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고 그가 손잡이를 잡고 힘껏 당기자 시체 보관함이 단숨에 당겨졌다. 시신이 끌려 나온 순간 악취가 퍼졌다. 서정희는 방금 전 부터 속이 안 좋았는데 이에 자극을 받아 결국 참지 못 해 헛구역질을 했다. 그녀가 고개를 들자마자 남자의 손바닥이 그녀의 눈 앞을 가렸다. 남자의 따뜻한 손바닥에 빛은 전부 가려졌다. 지한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보지마요. 시신이… 좀 끔찍해요.” 서정희는 기사를 통해 모자이크 처리된 제인의 사망현장을 봤었다. 커다란 붉은 모자이크를 보고 피를 많이 흘렸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뿐만이 아니다. 아무리 냉동 처리를 해도 시체는 며칠 사이에 피할 수 없이 부패해 있었다. 지한은 끝내 그녀에게 시체 상태를 설명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의 긴 속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