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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장

범이가 서정희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누나, 보지 마세요.” 옆에 있던 빈이는 화난 얼굴로 욕설을 퍼부었다. “누나, 방금 저 인간이 그래도 남자다웠다고 한 말은 취소할게요. 자기 아내를 배신한 저 인간은 쓰레기와 마찬가지예요. 저런 인간에게 눈길도 돌리지 말아요. 괜히 눈병이라도 걸리면 어떡해요.” 서정희는 순간 바늘로 심장을 찌르는 듯 아팠다. 염정훈이 아무리 그녀를 옆에 가두고 밤낮으로 껴안고 같은 침대에서 잔다고 해도 백지연과 결혼한다는 사실을 바꿀 수는 없었다. 백지연은 자신의 신분을 온 세상에 알리기 위해 대놓고 염정훈과 애정행각을 벌였고 공적인 자리도 자주 드나들었다. 그녀도 이곳에서 서정희를 만날 줄 몰랐다. 그녀는 서정희를 보자마자 염정훈의 팔을 더욱 꼭 끌어안으며 팔짱을 꼈고 자신의 승리를 과시하는 듯했다. 이런 방법은 정말 간단하지만 그 무엇보다 서정희에게 타격을 주는 데 제일 효과적이다. 염정훈은 서정희가 아이들을 데리고 B 구역으로 가는 것을 보고는 백지연의 손에서 팔을 뺐다. 얼마 전까지도 염정훈은 백지연을 꽤 예의 있게 대했다. 하지만 지금은 겉으로 보여주는 최소한의 예의조차 차리지 않았다. 화려하게 화장한 백지연은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또 그 년을 찾으러 가는 거야? 염정훈! 잊지 마. 당신의 약혼녀는 나라고, 나!” 염정훈은 차가운 얼굴로 백지연의 모습을 바라봤다. 예전의 그는 사람과의 정을 중요시했고 어린 시절 백지연과 알게 된 정때문에 그녀가 하는 말이라면 대부분 들어줬을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그녀를 매우 존중했다. 하지만 백지연의 본 모습을 알게 된 후부터는 그녀에게 눈길 한 번 더 주는 것조차 역겨웠다. “겉으로라도 네가 하라는 대로 다 했어.” 염정훈은 차가운 얼굴로 백지연을 향해 말했고 눈빛은 서리가 내린 듯 한없이 쌀쌀맞았다. “이제 사람들은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부부인 줄 알아. 그러면 된 거 아니야?” 백지연은 염정훈의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인상을 심하게 찌푸려 얼굴이 점점 더 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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