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3장
이 생각이 서정희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는 순간 그녀는 이내 염정훈이 경멸의 눈빛으로 자기를 보는 얼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염정훈은 그녀를 괴롭히기 위해 수없이 조롱하며 갖은 수단과 방법을 다 썼었다. 만약 지금 말을 한다면 자기 아빠의 죄를 없애기 위해 편을 든다고 생각해 더 하찮은 눈빛으로 그녀를 대할 것이다.
게다가 서정희는 아직 정확한 진실을 밝히지 못했다. 염정훈에게 무턱대고 알렸다가는 배후에 있는 사람의 눈에 띄어 일이 더 꼬일 수 있다.
여기까지 생각한 그녀는 목구멍까지 나온 말을 그대로 삼켰다.
배후에 누군가가 있는지 없는지는 사실 그녀와 염정훈의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염정훈이 바람을 피운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서정희는 전보다 훨씬 침착한 얼굴로 염정훈을 바라봤고 원하는 대답을 들은 그녀는 머릿속이 전보다 더 맑아진 것 같았다.
그녀는 염정훈의 옷자락을 꼭 쥐고는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 자신이 살아갈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머릿속에 되새겼다.
“고마워, 119에 전화해 줘서.”
“지나간 일이야. 다시 생각하지 말고 빨리 자.”
염정훈은 서정희가 그때의 생각에 두려움을 느낀다고 여겨 그녀를 꼭 끌어안아 주고는 천천히 깊은 잠에 빠졌다.
서정희도 염정훈의 앞에서 더 이상 백지연을 언급하지 않았고 두 사람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듯했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겉모습일 뿐이었다. 염정훈이 잠든 후, 그의 품에서 얌전히 잠든 서정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바로 몸을 옮겨 침대 제일 끝으로 갔고 최대한 염정훈과의 신체접촉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염정훈은 서정희와 했던 약속을 바로 지켰다. 다음 날 아침, 서정희가 눈을 뜨자마자 익숙한 목소리가 그녀의 귀에 들렸다.
“와, 집이 너무 예뻐. 범아, 너 이거 그릴 수 있어?”
옆에 있던 소년은 주눅이 든 얼굴로 빈이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남의 집에서는 좀 조용히 해. 그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지 잊었어?”
위층에 있던 서정희는 이 소리를 듣자마자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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