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2장

염정훈은 방에 들어서자마자 병든 사람마냥 얼굴이 점점 창백해지고 있는 서정희를 발견했다. 손을 덜덜 떨고 있는 그녀를 보고 염정훈은 침착한 눈빛으로 서정희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뭘 봤는데?” 서정희는 아무 말 없이 멍하니 노트북 화면만 보고 있었다. 처참한 교통사고 현장이 가까이 온 염정훈의 눈에 띄었다. 그 피비린내 나는 장면에 서정희의 안색이 안 좋아진 것이다. “이런 게 뭐가 볼 데가 있다고.” 염정훈은 그녀가 우연히 쇼츠를 넘기다가 본 영상인 줄 알고 노트북을 덮으려는 순간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영상 속의 사고는 최근 사고가 아니었다. 서정희는 손에 있던 휴대전화를 놓고 모른 척하며 그를 향해 물었다. “아빠 교통사고 난 날 현장에 있었어?” 서정희가 그날 왜 염정한을 죽이려 했는지 염정훈은 그 이유를 모른다. 그저 서정희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그는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대답했다. “응.” “그날 회의에 가는 중이었는데 길에 교통사고가 나서 차가 막히더라고. 그래서 다른 길로 가다가 아버님 교통사고 현장을 봤어.” 서정희의 예상대로 이 모든 것은 누군가가 뒤에서 조종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하마터면 이 계획에 놀아나 사람을 죽일 뻔했다. 묘비 일도 누군가가 염정훈을 오해하게 만들려고 일부러 한 것이고 서제평의 교통사고 또한 그에게 뒤집어씌우려 했다. 두 사람이 여기까지 온 것은 어쩌면 누군가에 의해 한걸음 한 걸음 벼랑 끝에 몰아붙인 결과지도 모른다. 정말 지독한 인간! 서정희는 아무 말이 없었고 얼굴은 점점 더 안 좋게 변해갔다. 그 모습에 염정훈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설마 이 모든 걸 내가 꾸몄다고 생각했어?” 그는 서정희의 양쪽 어깨를 움켜쥐고 그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엄숙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서정희, 쓸데 없는 생각 좀 그만해. 내가 손을 썼다면 당신 아버지는 이미 열 번도 넘게 죽었을 거야.” 염정훈의 말투는 한없이 차가웠다. “그리고 설사 내가 손을 쓴다고 해도 결코 무고한 사람 목숨까지 연루시키며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