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1장

서정희는 염정훈의 각가지 취향이 쓰인 노트를 펼쳤다. 그곳에는 염정훈의 모든 습관이 전부 담겨 있었다. “이거 봐, 나 아직 다 외우지 못했어. 염 대표는 커피에 각설탕 3조각을 넣고 스테이크는 미디엄, 과일은 블루베리를 좋아하고...” 서정희는 공책을 덮으며 진지한 얼굴로 염정훈을 바라보며 물었다. “정훈 씨가 가장 싫어하는 과일이 이 몇 가지였던 것 같은데... 그리고 스테이크는 미디엄 레어로만 먹고 커피에는 설탕을 안 넣지 않았어?” 이런 사항들을 절대 실수하면 안 된다고 누군가가 서정희에게 연신 당부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그 사람이 자신을 괴롭히려고 일부러 작성한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이런 내용들은 분명 염정훈의 평소 습관과 정반대였다. 염정훈은 그녀의 손에 있는 노트를 뺏으며 말했다. “신경 쓰지 마.” 염정훈의 취향은 절대 알 수 없다. 서정희 외에 아무도 그의 진짜 취향을 모를 것이다. “그대로만 하면 돼.” 차 안 컴퓨터 모니터에서 나오는 빛이 염정훈의 얼굴에 비쳐 그의 얼굴을 더욱 차가워 보이게했다. 그녀는 이 남자와 오랫동안 한 침대를 썼음에도 가까이에서 제대로 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을 느꼈다. 회사에서의 염정훈은 의심할 여지 없이 낯설었다. 서정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마디 했다. “달달 외울 테니 걱정하지 마.” 염정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의 진지한 얼굴을 바라봤고 진짜로 비서가 될 생각으로 이러는 것인지 의아했다. 하루 사이에 서정희에게 이렇게 큰 변화가 일어났다는 게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며칠 전 그녀와 염정한 두 사람의 실종으로 염정훈은 일부러 일정을 꽉 채워 일에만 전념했다. 집에 가서도 그는 화상회의를 진행하거나 이메일을 처리하며 스스로에게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을 주지 않았다. 서정희는 샤워를 마치자마자 노트북을 들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는 옆에서 시시각각 그녀를 주시하는 염정훈이 없는 틈을 타 재빨리 컴퓨터로 검색했다. 그녀는 사무실에 있을 때 서제평 사고 당일의 염정훈의 일정을 미리 확인했다. 그날은 염정훈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