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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6장

어떤 고통은 직접 겪지 않으면 영원히 공감할 수 없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서정희도 많이 내려놓게 되었다. 아직 염정훈을 사랑하고 있기도 하고 그들에게는 네 명의 아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생이별을 겪고 나니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된 서정희에게 복수에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눈앞의 것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었다. 어렵게 얻은 지금의 모든 것을 누구보다도 조심스럽게 소중히 여겼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서정희와 같지 않았다. 염정훈이 예전에 했던 짓은 그가 백 번을 죽는다 해도 서씨 집안 사람들은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염정훈은 집안 마당에 하루 밤을 꼬박 무릎을 꿇었다. 서정희도 염정훈을 말리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염정훈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정희야, 난 너와 결혼하고 싶어. 그때는 못했던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고 싶어. 부모님의 축복이 없는 결혼은 완벽하지 않아.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난 너의 가족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어.” 서정희가 한숨을 쉬었다. “그건 또 무슨 고집이야.” “이렇게 된 건 다 내 자업자득이야. 네가 살아있는 한 네가 나를 다시 받아준다면 이깟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야. 게다가 내가 지금 겪는 고통은 네가 그때 받았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잖아.” 염정훈의 다리는 이미 마비된 지 오래지만 그는 여전히 등을 꼿꼿이 세우고 눈빛을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그날 밤, 폭우가 쏟아졌다. 염정훈은 아무것도 먹지 않고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진작 쓰러졌을 것이다. 남들보다 튼튼한 염정훈은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었다. 염정훈을 설득하는 것을 포기한 서정희가 방으로 돌아왔다. 서강태는 어제보다 컨디션이 더 많이 좋아졌다. 그녀를 보자마자 서강태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정희 왔어? 네가 준 약 효과 좋더라. 오늘 더 많이 좋아진 것 같아.” 서강태의 얼굴에 마침내 혈색이 돌았지만 아내를 걱정하며 밤새 잠을 못 잔 티가 나 초췌해 보였다. 서정희도 그런 그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서정희가 바깥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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