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05장

염정훈이 서정희에게 한 나쁜 짓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가족이 그 일을 알면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서정희가 괜찮다고 해서 상처받은 일이 없었던 일이 되는 건 아니었다. 그 수많은 밤을 혼자서 어떻게 아픔을 이겨냈을까. 서강태는 절대로 염정훈을 용서할 수 없었다. 마치 원수를 보듯 염정훈을 노려보았다. “아버지, 지금은 안정을 취해야 할 때예요.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서정희가 부드럽게 달랬다. 서강태는 자신의 가슴을 쓸어 내리며 입을 열었다. “딸아, 우리 집에 무슨 일이 있든 난 절대로 네가 저 놈과 재결합하는 꼴 못 본다.” 그러면서도 눈은 염정훈을 향해 레이저를 쏘고 있었다. “보긴 뭘 봐. 빨리 안 꺼져? 우리 집은 네 놈 환영 안 한다. 네가 예전에 우리 딸이 친정 가족이 없다고 괴롭혔다면 앞으로는 우리 딸에게서 썩 떨어져! 앞으로 평생 내가 내 딸 끼고 살 거니까!” “아버님, 저도 제가 잘못했다는 걸 다 알고 있어요. 제 죄값은 죽을 때까지 정희 곁에서 사과하고 갚으면서 살 게요.” “그럴 필요 없다! 사과로 상황이 해결된다면 경찰은 왜 있겠어! 네 사과가 진심이든 거짓이든 난 네 사과 안 받아준다.” “아버님.” “그렇게 부르지 마라. 난 너 같은 사위 둔 적 없다.” “저랑 정희 사이에 아들 둘 딸 둘이 있어요. 아이들을 봐서라도…” 아이 얘기를 안 꺼내면 몰라도 염정훈이 먼저 아이 얘기를 꺼내자 서강태는 화가 더 치밀어 올랐다. “야 이 개자식아! 이제야 네 자식들이 눈에 들어와? 정희가 첫째 임신했을 때 백지연이 바다로 떠밀어 조산하게 됐는데 넌 네 와이프가 아닌 다른 사람을 구했지. 그것도 모자라 정희가 힘들게 낳은 아이를 다른 사람 손에 맡겨 키우게 하고 네가 뭐라고 그런 결정을 해!” 서강태는 격분에 못 이겨 목소리까지 나가고 울먹이기까지 했다. “나도 아버지로서 내 딸이 죽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 고통은 말로 할 수도 없었어.”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누군가가 그의 심장을 갈기갈기 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