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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5장

나이는 어리지만 염화진은 침착한 성격이라 전혀 티를 내지 않았다. “처음 오는 곳이라 잠이 안 와요. 산책하고 싶어요.” “네 오빠도 여기에 있잖아. 나가서 들키기라도 하면...” 염화진이 말을 끊었다. “제가 나아졌다는 것을 오빠가 모를 것 같아요? 정말 저를 죽이고 싶으면 3년 전에 죽였을 거에요. 결국 오빠도 엄마처럼 사랑이 중하고 마음이 약한 거에요.” 당시 염정훈은 자기를 죽이지 않았고 사지의 힘줄을 끊은 것으로 복수는 끝났다. 게다가 서정희가 죽지 않았으니 더 이상 자신을 해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게, 넌 어쩜 우리랑 그렇게도 다르냐.” 염화진이 씁쓸하게 웃었다. “아니요, 저도 마찬가지에요.” 사랑이 무엇보다 중하게 여기는 것은 유전인 것 같다. 부모는 말할 것도 없고, 염정훈도 마찬가지다. 자신도 다를게 뭐가 있나? 서시우가 목숨을 구해준 순간, 그녀는 자신의 운명을 알았다. “그래, 근처에서만 돌아다녀. 사고 치지 말고.” “알아요.” 염화진이 몇 발자국 걷다가 갑지기 멈추고 심여정을 돌아봤다. “엄마.” 심여정은 온몸이 굳어져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염화진을 바라보았다. “너 방금 뭐라 그랬어?” 그 동안 자신이 염화진을 엄청 예뻐했지만 염화진은 여전히 침울했고 말이 별로 없으며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심여정은 자신이 지은 죄를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많은 것은 바라지 않았고 그저 속죄의 기회가 있었으면 했다. 남은 생 두 아이를 잘 대할 것이다. 그래서 염화진이 엄마라고 부르니까 심여정은 그 무게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는 믿기지 않는듯 물었다. “뭐라고 했어?” “엄마.” 염화진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심여정이 다가가 그녀를 품에 안았다. “그래, 딸아. 엄마가 이 말을 오랫동안 기다렸다.” 염화진은 어렸을 때 심여정을 원망했고 극단적인 생각도 많이 했다. 영원히 심여정을 용서하지 않고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생각도 변하는 법이다. 심여정의 고통을 알게 되었고 불쌍한 여자라는 것을 알았다. 잘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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