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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장

서정희는 이제 그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염정훈이 웃고 있다고 느껴졌다. “보트는 아직 준비 안 됐어?” 차갑게 진영을 쳐다보았다. 염정훈은 절대 서정희를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말이 끝나자 마자 눈앞이 캄캄해지며 바닥에 쓰러졌다. 며칠 동안 잠도 안 자고, 먹지도 마시지도 않은데다 고열까지 났으니 예상대로 염정훈은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진영은 멀어져 가는 보트를 보며 허탈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아가씨, 도망가십시오. 염정훈의 말이 그녀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계속 맴돌았다. 보트가 이미 그와 멀어졌는데도 서정희는 몸에 한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서정희는 몸을 웅크리고 그 자리에 앉아만 있었다. 마치 영혼을 뺏긴 듯한 모습이었다. 지한은 그녀 앞에 쪼그리고 앉아 미지근한 밀크티를 건네주었다. “두려우면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 서정희는 밀크티를 한 모금 마셨다. 마음속의 불안함이 조금 가시는 듯 했다. “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서정희는 손에 밀크티를 꼭 쥐었다. 마치 버려진 강아지같은 모습이 불쌍해보였다. “그는 날 방안에 가두고 어디도 못나가게 할거야.” 지한은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이미 새 연인이 있으면서 왜 아직도 당신한테 이렇게 강한 소유욕을 느낄까요?” “소유욕보다는 증오심이 더 클거야. 우리 아빠가 그의 여동생을 죽였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우리 아빠가 지금 이렇게 된 것도 다 그 사람 때문이잖아.” 서정희는 숨을 쉬기 힘들 정도로 괴로웠다. “그의 아들로 복수할 생각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털끝 하나 못 건드리고 결국엔 나까지 위험에 빠지게 됐으니. 난 너무 쓸모없어.” 서정희는 원래 염정훈을 평생 아프게 할 생각이었지만 염정한을 구한답시고 자신이 위험에 빠졌으니. 게다가 요 며칠 동안 염정한을 잘 돌봐주어 살까지 붙게 만들었다. “난 일을 망치기만 하는 쓰레기야. 이렇게 지금처럼 그를 떠나서도 악몽에 시달리는게 아닌, 그 사람과 함께 죽었어야 했어.” 지한은 손을 내밀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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