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98장
서정희는 날이 밝으면 불어오는 봄바람에 풀밭이 얼마나 아름답고 쓸쓸할지 저도 모르게 떠올렸다.
어쩐지 셋째 도련님이 우울하더라니, 이런 환경에 오래 살았다면 마음에도 풀이 무성할 것이다.
차가 멈췄다. 별장의 인테리어 스타일은 조용하고 적막했다. 벽면은 하얀색과 회색으로 이뤄졌다. 생기가 전혀 없이 죽은 듯 침울했다.
밤 11시, 별장에서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귀에 익은 [스카이 캐슬] 노래였다.
밖에는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총총한 빗줄기가 유리창에 부딪혔다. 아름다우면서도 쓸쓸했다.
서정희는 미칠 것 같았다. 우울증 환자가 아닌 그녀가 몇 분 동안 있는 것만으로도 바다에 동반자 없는 고래처럼 느껴졌다. 온 세상에 혼자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만신창이가 되어 황량한 들판을 헤매고 있는 듯했다.
우울증 환자에게 이런 환경은 더욱 우울해지게 만들 것이다.
“셋째 도련님이 불고 있는 노래입니다. 불면증 때문에 밤에 특히 잠을 잘 못 자요.”
서정희는 미간을 찌푸렸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환자의 기분이 우울한데 왜 이런 환경에 내버려 뒀을까, 이런 환경은 나아지기는커녕 더 우울하게 만들 것이다.
“셋째 도련님을 뵐 수 있을까요?”
“글쎄요. 셋째 도련님이 감정적으로 불안정합니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가족들조차 만나기를 꺼리고 있어요. 외부인은 더 어려울 거예요. 전에 서 선생님 얘기를 꺼냈을 때, 셋째 도련님이 심적으로 거부 반응을 일으켰습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운전사는 그의 방문을 두드렸다. 새로 온 의사가 그를 만나려 한다고 했다.
하지만 대답 대신 방안에서 도자기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를 만나기 싫을 뿐만 아니라 그녀에게 적개심도 큰 모양이다.
운전기사는 난처해했다.
“서 선생님, 오늘은 너무 늦어서 안 될 것 같아요.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는데 우선 아이와 좀 쉬십시오. 셋째 도련님은 아직 만나고 싶어 하지 않아요. 아니면 다음에...”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귓가에 대나무 피리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숙여보니 파란 눈동자를 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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