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90장

사실이기 때문에 서정희는 부인할 수 없었다. 그녀가 임신했을 때 백지연이 때마침 귀국했고 그녀도 임신 중이었다. 염정훈이 그녀에게 잘해준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염정훈더러 밥을 지어달라고 했다. 그때 염정훈은 지성에게 미안한 마음에 백지연의 모든 요구에 순종했다. “그쪽과 얘기하는 것이 정말 재미없네요.” 서정희가 투덜댔다. “속셈을 들켜서 재미 없나 봐요.” 신동우는 질투심에 불을 지폈다. “나는 그러지 않을 거예요. 나는 한 마리 늑대예요. 일단 사냥감을 확정하면 절대 놓지 않죠. 다른 사람에게 시선을 주지도 않을 거고요. 염정훈보다 배경이 좋지 않다는 것은 인정해요. 하지만 오늘 나의 위치에서 정희 씨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염정훈보다 많으면 많았지 절대 적지 않아요.” 서정희는 코웃음을 쳤다. “남자가 여자를 따를 때는 입바른 모든 말을 다 하죠. 그쪽이 두 번째 염정훈인지 내가 어떻게 알아요? 내가 열여덟 살의 어린 애로 보여요? 몇 마디 말로 바로 속아 넘어갈 것 같아요?” “그래요. 강요하지 않겠어요. 그럼 그 사람에 대해 말해봐요. 두 사람, 어떻게 알게 됐어요?” 신동우는 자신을 알고 적을 알아야 승률이 더 높다고 생각했다. 굳이 듣고 싶다면 서정희도 거절할 필요가 없었다. 낮은 목소리로 염정훈과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말했다. 그러다가 신동우를 보고 말했다. “재밌어요?” 신동우는 코웃음을 쳤다.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네요. 책을 써도 이렇게 썩은 스토리는 없을 거예요. 목숨 한 번 구해준 은혜를 몸으로 갚겠다는 거예요?” 서정희는 염정훈을 두둔했다. 지금 이 순간은 마치 친구처럼 말이다. “그때 나는 너무 어렸어요. 바다는 거대한 입을 벌린 괴물 같았고 천둥과 번개와 파도가 한꺼번에 몰려들었죠. 그 사람이 군함에서 뛰어내려 나를 물속에서 들어 올릴 때 하늘의 신처럼 보였어요.” 십여 년이 지나도 그때의 모습은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어떻게 설레지 않을 수 있겠는가? 목소리가 아무리 차가워도 단단한 그의 팔은 그녀의 긴장되고 두려운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