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59장

그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여수정에게 쏠렸고 여수정이 긴장되어 침을 삼키자 부남진이 다정하게 다독였다. “괜찮아요. 부인이 본 걸 그대로 얘기해 봐요.” 그렇게 권위적인 사람이 지금 이 순간은 이웃집 할아버지처럼 다정했다. 여수정이 양윤범을 슬쩍 보았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양윤범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오늘 이 자리는 형이 특별히 만들어준 기회인데 오늘로써 끝장이었다. “사실대로 얘기해.” 여수정이 사건의 전말을 고하자 오명의 부인은 불만이라는 듯 입을 열었다. “각하, 이 아가씨가 서정희 씨와 친구라고 하니 편파적일 수도 있어요.” “편파? 부인이 정희가 물주 물어서 온 거라고 비아냥거린 건 잊으셨어요? 그것도 모자라 알게 모르게 정희가 이 자리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듯 표현하면서 집안 믿고 사람 괴롭히셨잖아요.” “됐어. 그만해.” 양윤범이 낮은 목소리로 여수정을 말렸다. 오명은 여전히 젠틀한 표정을 유지하며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이런 작은 일로 각하의 좋은 기분을 망쳤습니다. 이렇게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줄 알았다면 인사를 건네지 않았을 겁니다. 정희 씨, 제 잘못입니다.” 어른인 오명이 후배에게 사과를 건넨 것은 서정희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하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하지만 오명은 중요한 사실을 간과했다. 부남진은 그 일로 비난할 생각은 없었지만 불만을 드러냈다. “작은 일? 우리 집안 사람이 오해를 받았는데 작은 일이라고?” 오명 얼굴의 웃음이 점점 굳어갔다. “집안 사람이요?” 부남진이 서정희를 향해 손을 저었다. “정희야, 이리 와.” 서정희는 여유 넘치는 걸음으로 부남진에게 다가가 할아버지를 불렀다. “네, 할아버지.”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할아버지라는 호칭 하나로 서정희를 비웃고 무시하던 사람들에게 싸대기를 날렸다. 여수정은 사이다 전개에 속이 시원했다. 이게 바로 소설 현실판이지 않은가! 오명도 더는 무덤덤한 척을 할 수 없었다. 그는 놀라서 얼굴이 창백해졌다. 염정훈도 차갑게 말을 보탰다. “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