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04장

백현은 동작을 멈췄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갑자기 적극적으로 나오는 백지연에게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미친 거 아니야? 서정희가 지금 어떤 신분인지 알아?” 백 씨 집에 오래 머문 백지연은 바깥일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서정희가 어떤 신분이든 상관없어. 내가 가져야 할 모든 것을 빼앗아 갔어. 부모님, 아이, 남편, 그리고 그 사람...” 백지연은 오늘 지한과 처음 만났다. 하지만 지성과 똑같은 얼굴이 다른 여자의 비위를 맞추려 한다는 생각에 백지연은 이를 갈았다. 어린 시절부터 남에게 떠받들려 자란 백지연은 서정희와 엮인 뒤 가진 모든 것이 무너져 버렸다. 반면 염정훈은 서정희에게 예전보다 열 배나 잘해줬다. 그러다 보니 같은 여자인 백지연으로서 질투와 증오가 없을 수 없었다. 어찌 부럽지 않겠는가? “닥쳐, 서정희의 신분은 예전과 달라. 나더러 죽이라고? 내가 목숨이 여러 개인 줄 알아?” 백지연은 어리둥절했다. 서정희는 그저 친부모의 행방을 계속 찾아다녔다. “무슨 신분인데?” “A시의 하늘이 서정희의 집이야. 부장성이 어떤 인물인지 알아? 서정희가 부장성을 둘째 삼촌이라고 불러.” 백지연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뭐라고? 서정희가 부씨 집안과 무슨 관계가 있는데?” 부씨 집안은 염씨 집안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A시에서는 꽤 권위가 있었다. 백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가끔 보면 너는 얼굴 말고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 같아. 불쌍할 정도로 미련하니까. 부남진이 서정희의 친할아버지야. 아직 외부에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미 소문이 다 났어. 백씨 집안은 말할 것도 없고 염씨 집안도 부씨 집안 눈에 들지 않아. 부씨 집안은 자기 집안사람들을 끔찍하게 챙기기로 소문났어. 서정희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백씨 집안은 내일이라도 A시에서 사라질 수 있어.” 이 말을 들은 백지연은 더욱 화가나 온몸이 떨렸다. 그녀가 귀국할 때만 해도 서정희는 돈 때문에 결혼반지까지 팔아먹는 불쌍한 인간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부남진의 손녀로 변신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