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89장

지한의 마음은 이렇게 모순된 적이 없었다. 지금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다. 하지만 지뢰가 날아가는 순간 서정희도 죽었을 것이다. 서정희와 함께했던 여러 장면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녀는 진심으로 자신을 오빠로 여겼다. 머뭇거리는 사이 신동우의 경호원들이 쫓아왔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총알이 박혔다. 서정희는 지한을 향해 총알이 날아가는 것을 지켜보며 큰소리로 외쳤다. “안돼!” 그러나 그녀는 아무런 제지도 하지 못했다. 그저 지한이 총에 맞아 쓰러지고 운전기사만 남아 앞으로 내달리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찬 바람이 불어왔다. 서정희의 얼굴은 온통 눈물투성이였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만약 그녀가 차에 없었다면 지한은 지금 신동우를 죽였을 것이다. 그녀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살해당하는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몇 년 전, 블랙 X에 합류하겠다고 제안했을 때 지한이 말했다. “킬러의 금기는 감정이 섞이는 거예요. 너무 감성적인 킬러는 결국 죽기 마련이죠.” 그러나 그녀를 대할 때 그는 여전히 망설였다. 서정희의 반응이 이상한 것을 본 신동우는 바로 물었다. “왜요, 아는 사람이에요?” 서정희의 눈에서 매서운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이내 손을 들어 그의 뺨을 후려갈겼다. 이 따귀는 급하고 빨랐다. “개자식, 어떻게 네가 안 죽고 다른 사람이!” 서정희는 눈이 시뻘게졌다. 그동안 살면서 가족, 친구, 애완동물 등 너무 많이 잃었다. 그래서 나중에는 잘해주는 사람마다 소중하게 여겼고 지한은 그녀와 혈연관계가 없지만 진작 친오빠 같은 존재로 생각했다. 두 번 다시 예전처럼 가족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맹세했다. 이제 그녀도 그들을 보호할 수 있을 만큼 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지한은 그녀 때문에 죽었다. 손바닥에 힘주어 따귀를 때렸다. 약간 분노하던 신동우는 그녀와 눈이 마주친 순간 모든 분노를 삼켰다. “괜찮아요? 미리 말하는데 내가 문제를 일으킨 게 아니에요. 저 킬러가 나를 암살하려 한 것이고 우리 사람들은 단지 반격했을 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