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70장

백지연은 철판 위에 놓인 물고기 마냥 반항할 여지가 없었다. 이 순간에도 그녀는 살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서정희, 잊지 마. 정훈이는 나한테 목숨을 빚졌어. 만약 진짜 나를 건드리면 정훈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서정희는 낮은 소리로 웃으면서 비아냥거렸다. “진짜 당신을 생각한다면 직접 당신을 불렀겠어?” 백지연은 깜짝 놀랐다. 염정훈과 지성은 자신과 함께 자란 벗이었다. 그런 그가 지성의 죽음에 대해서 아무렇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 정훈씨가 목숨을 빚졌다고 생각할 건데, 그건 지성씨에게 빚진 거고, 그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인데? 당신은 그저 지성씨의 짝사랑 상대였잖아. 두 사람은 연인 관계도 아니었잖어. 설령 정훈씨가 지성씨한테 당신을 잘 돌보겠다고 약속했다고 하더라도, 가족이 풍비박산이 되기까지 돌봤으면 됐잖아.” “내가 당신이라면 그런 멍청한 짓은 하지 않을 거야. 자신의 모든 감정을 자신을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에게 부어봤자 결국은 아무것도 얻지 못했잖아. 정훈씨의 인내심이 고갈된 것밖에는. 정훈씨는 나보다 당신이 더 미울 걸. 그런데 당신을 보호할 리가 있나? 어차피 지성씨가 남긴 핏줄은 염지애밖에 없잖아. 당신이 어떻게 되든 정훈씨랑 아무런 상관이 없어. 당신에게 베푼 정훈씨의 자비는 그만큼이면 충분해.” 백지연은 고통스러워서 숨이 넘어갈 것만 같았다. “무슨 뜻이야? 핏줄이 염지애밖에 없다니?” 서정희는 백지연을 내려다보면서 그녀를 비웃었다. “맞다. 그걸 모르지?” 백지연은 이를 악물고 물었다. “대체 뭘 말하려는 거야?” 서정희는 무딘 칼로 자르는 게 가장 큰 고통이라는 알고 있었다. “백지연, 정한이가 왜 어려서부터 당신을 엄마라고 부르기 싫어했는지 알아? 정한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정훈씨가 정한이에게 내가 친엄마라고 알려줬거든.” 백지연은 거의 백지장이 되어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정희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뭐라고......” “정한이는 내 아들이라고. 당시 우리 두 사람 모두 조기출산 했잖아. 당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