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71장

서정희가 칼로 자신의 몸을 찌르고 있지만, 백지연은 마음이 더 아팠다. 육적인 것과 심적인 고통의 이중 압박 하에 그녀는 죽기보다 더한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서정희는 그렇게 쉽게 백지연을 놔줄 생각이 없었다. “당신 그거 알아? 내가 오늘을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지? 어려서부터 내가 가장 사랑했던 엄마가 나를 버리고 당신을 애지중지 키웠어. 그런데 당신은 오히려 그를 죽음으로 몰았지. 게다가 우리 아빠도 당신이 죽인 거야. 내가 우리 아빠를 살리려고 얼마나 많은 심혈을 기울였는지 알아? 그런데 당신이 뭔데, 몇 마디로 우리 아빠의 목숨을 앗아가? 그때 내가 얼마나 절망적이고 고통스러웠는지 알아?” 서정희의 동작은 갈수록 거칠어졌다. 백지연은 너무 소리를 질러서 목이 쉬었다. “그때 일은 사고였어. 두 분은 내 부모님이기도 하잖아. 난 몰랐을 뿐이야. 그렇게 보면 나도 피해자잖아.” “당신이 우리 아빠 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왜 당신이 안 죽고, 우리 아빠가 죽어야 하는데? 우리 아빠가 내 애가 태어나기를 얼마나 기대했는지 알아? 곧 태어날 내 애를 위해 손수 장난감도 엄청 많이 만들어줬어. 분명 우리 아빠도 살아갈 희망이 생겼는데, 당신, 바로 당신이 그걸 망가뜨렸어.” 서정희는 다른 일들은 따지지 않을 수 있었다. 대다수 염정훈의 탓이 컸으니까. 하지만 유독 서재평의 죽음은 서정희가 백지연을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이유였다. “진정해.” “진정? 우리 아빠가 이미 저세상으로 갔는데, 당신은 왜 아직도 이 세상에 있는 거야? 왜 당신은 안 죽어?” 서정희는 서재평이 죽었을 때 절망에 빠졌었다. 염정한이 자신의 아들인 사실을 몰랐고, 암으로 인해 목숨이 위급한 데다 유일한 가족까지 잃었다. 그래서 멀쩡하게 살아있는 백지연을 볼 때마다 분노가 치밀었다. 서재평의 죽음으로 인한 분노에서 어쩌면 서정희는 평생 빠져나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분노는 점점 극한으로 끓어올랐다. 백지연은 이미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그녀는 결국 의식을 잃고 말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