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56장

서정희는 이들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알고 있다. 하지만 남의 딸 입에서 듣는 ‘아빠’라는 단어는 아무래도 좀 불편했다. 이것 또한 염정훈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들 사이에는 너무 많은 가시들이 박혀있었다. 가슴에 박힌 가시를 뽑는다고 해도 상처투성이가 되어있다. 그런 흉터들은 과거의 그녀가 얼마나 못났는지 깨닫게 해줬다. 백지연과 염지애 말고 염화진도 있다. 요즘 서정희는 염정훈은 뜨거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염지애의 ‘아빠’라는 단어는 그들의 관계에 찬물을 끼얹은 듯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응, 오늘은 좀 어려울 것 같아.” 염정훈은 천천히 말했다. “오늘은 좀 바빠서 며칠 있다가 데리러 갈게. 먹고 싶은 거 있어? 미리 식당 예약해 놓을게.” 염정훈은 백지연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 밥을 먹어도 계집애와 단둘이 먹고 싶었다. 염지애는 억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염정훈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백지연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 언니가 그러는데 내일이면 엄마 수술할 수 있다고 했어요. 오늘 저녁에 다 같이 모여요. 네?” 그러자 염정훈은 바로 대답했다. “알았어, 퇴근하고 갈게.” 그가 무엇 때문에 오겠다고 했는지 서정희는 잘 알고 있다. 요 며칠 밤 염정훈은 그녀 집의 울타리 넘기에 실패했다. 어젯밤 부남진은 직접 나서 대문을 막았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염정훈이 외벽으로 들어오는 것마저 지켜봤다. 염정훈에게 미리 정보를 전달해 주던 사람은 자리를 옮겼다. 그러다 보니 정보가 없어 울타리 벽을 넘다가 그대로 덜미를 잡혔던 것이다. 부남진은 차를 마시며 나른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한밤중에 체조하는 거야?” 염정훈은 얼굴이 빨개졌다. 이런 일이 외부에 알려진다면 창피하기 때문이다. 부남진에게 몇 마디 야단을 맞고 밖으로 내쫓겼다. 집에 돌아간 염정훈은 2시간 동안이나 영상통화를 했다. 서정희가 잠들 때까지 하는 바람에 휴대전화가 배터리마저 다 나갔다. 지금 그녀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안 염정훈은 분명 이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