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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장

염정훈은 양손을 그녀의 양옆에 짚고, 큰 몸을 살짝 숙여 서정희를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 가두었다. 염정훈은 이런 높은 곳에서 사람을 조종하는 느낌을 가장 좋아했다. 그녀는 사냥감처럼 도망갈 곳이 없었다. 그는 그녀를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매우 공격적인 눈빛으로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치켜들더니 바로 입술을 갖다 댔다. “불만이 있어도 참아.” 염정훈은 정말 횡포하기 그지없고 인정사정없이 제멋대로 행동했다. 서정희는 염정훈의 속박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그는 바로 그녀의 허리를 잡아 살짝 들어 올려 그녀를 세면대 위에 앉혔다. 조금 전, 그녀가 허둥지둥하는 사이 그의 어디에 부딪혔는지 모르지만 염정훈은 갑자기 하던 행동을 멈췄다. 서정희는 그제서야 그의 왼팔이 빨간 핏빛으로 물들어 있는 것을 보았다. 피는 눈밭에 핀 매화처럼 하얀 셔츠를 점점 물들였다. 서정희는 마침내 핑곗거리를 찾아 염정훈을 밀어내며 입을 열었다. “다쳤어...” 그 말에 염정훈은 팔을 뒤로 감추며 말했다. “괜찮아. 조금 긁힌 것뿐이야.” “피가 이렇게 많이 나는데 긁힌 거라니? 상처가 다시 벌어진 게 틀림없어. 붕대 다시 감자.” 그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그럼 네가 해줘.” 이런 것쯤은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적어도 그에게 잡아 먹히는 것보다는 나았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서정희는 그날 밤 염정훈에게 아무런 기회를 주지 않았다. ... 눈 깜짝할 사이, 염정한의 돌잔치 날이 되었다. 돌잔치는 유람선에서 진행했고 이건 백지연이 직접 선택한 곳으로 서정희에게 자신을 자랑하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1년 전에는 서정희가 유람선에서 염정훈의 옆에 서서 자신의 이름을 알렸었다. 서정희는 지금도 푸른 바다를 보면 백지연을 향해 거침없이 헤엄쳐가던 남자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그때의 자신은 조금씩 바닷속으로 가라앉았고 바다에 잠기는 느낌은 그렇게 무력할 수가 없었다. 밤이 다가오자 진상정은 약속대로 그녀를 데리러 왔고 늘 그렇듯 말이 끊이질 않았다. “사모님, 오늘 밤 유람선 안은 매우 시끌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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