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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장

여수정은 아직도 내키지 않았다. 그녀는 서정희가 언제 어디에 있어도 항상 모두의 주목을 받는 게 너무 싫었다. 그때 양윤범이 그녀 앞으로 신사처럼 걸어오며 말을 걸었다. “어이 친구. 이런 자리에서 오래간만에 너를 다 만나네?” “반장.” 서정희 예의를 갖춰 인사를 했다. “예전에는 이런 자리에 참석하는 게 싫었지만 우리 서씨 집안이 망하고 나니 이런 자리에 참석할 기회도 없었어.” “너야 눈만 깜박하면 천억 원 정도는 쉽게 벌 수 있잖아. 너 같은 사람이 기회가 없으면 이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더더욱 더 기회가 없어.” 양윤범은 그녀와 염정훈의 관계를 알면서도 굳이 입 밖으로 얘기하지 않았고 그저 그녀를 향해 눈을 한 번 찡긋했다. 아마 이전의 CCTV영상에서 뭔가 확인한 것임이 틀림없다. 서정희가 막 입을 열려고 할 때 여수정의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가 들렸다. “반장, 내가 말했잖아. 우리 정희 친구 정도면 적어도 옆에 부자 영감이 무조건 있을 거야. 친구, 요즘은 어느 영감이 돌아갔다는 말을 듣지 못했는데. 그래도 남편이 죽기 전부터 저주하는 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여수정의 눈에 서정희는 돈 많은 늙은이와 같이 살기에 부끄러워서 자신의 재력을 감추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진짜로 재벌 2세라면 누가 티를 내고 싶지 않겠는가? “수정아,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헛소리하지 마.” 양윤범이 여수정를 노려보자 여수정은 너무 불쾌해 소리 질렀다. “반장, 왜 자꾸 이 여자만 감싸고 돌아? 설마 이 여자가 과부가 되면 결혼하고 싶은 거야? 오빠 아버님이 절대 저런 여자를 집안으로 들여보내지 않으실 거야.” “너 정말 말이 너무 심하구나. 정희야, 너 먼저 들어가. 여기는 갑판이라 좀 춥네.” 서정희도 여수정을 상대하기 귀찮았다. 예전부터 학교에서 여수정은 미친개처럼 서정희를 물고 늘어지는 일이 많았다. 서정희는 양윤범에게 한 번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자리를 떠났다. “반장! 진짜 저 여자가 아직도 좋아? 내가 모를 거라 생각하지 마. 예전에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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