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5장

염정훈은 그런 서정희의 모습을 그윽하게 바라보고 있었고 가로등 불빛은 그의 잘생긴 얼굴을 어렴풋이 비추고 있어 그의 얼굴이 반은 환하고 반은 어두운 그림자가 지게 했다. 그건 마치 지금의 얼굴처럼 반은 천사이고 반은 악마인 인격을 말하고 있는 듯했다. 사실 서정희는 이 말을 할 때까지도 그가 허락할 거라는 기대를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염정훈과 다른 여자의 아이이고 그런 아이를 위해 마련한 돌잔치였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약혼식은 미뤄졌지만 백지연은 온 세상에 자신의 신분과 지위를 알리기 위해 돌잔치를 벌려 일찌감치 이곳저곳 초대장을 보내 각 계의 유명 인사들을 전부 초대했다. 서정희는 전처 신분으로서 이런 상황에 분명 참석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 염정훈은 아무 대답을 하지 않고 있었지만 한결같은 그의 도도한 기세는 시시각각 서정희를 압박해 그녀에게 긴장감을 더했다. 심지어 꽉 쥔 손바닥이 땀으로 흠뻑 젖은 것조차 그녀는 인지하지 못했다. 그는 한참 동안 그녀를 바라보다가 마침내 낮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렇게 해.” 염정훈의 답을 듣고서야 긴장해서 굳어져 있던 서정희의 몸도 천천히 풀렸다. 그의 호수같이 깊은 눈빛이 그녀의 생각을 한눈에 꿰뚫어 보는 듯했기에 그녀는 염정훈 앞에서 함부로 아무 표정을 짓지 못했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이 탄 차는 이내 염씨 저택에 도착했다. 이 순간, 서정희는 염정훈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진상정은 이미 차 앞으로 다가와 그녀가 앉아 있는 옆의 차 문을 열었다. 오늘 밤은 눈이 내리지 않았지만 바람이 매우 거세 바로 그녀의 뼛속을 파고들었다. 염정훈은 예전처럼 혼자 앞으로 빨리 걷지 않고 멀지 않은 곳에 멈춰서 있었다. 서정희가 가까이 오기를 기다리는 듯했다. 서정희가 차에서 내린 뒤에야 그는 다시 걸음을 옮겼고 서정희도 천천히 그 뒤를 따랐다. 그녀는 염씨 저택에 좋은 인상이 없지만 다음 계획을 위해 오늘은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했다. 2층의 문이 열린 후, 서정희도 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