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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장

전아영의 인상속에서 서정희는 늘 밝고, 어려서부터 교육을 잘 받아 가치관이 바른 친구였다. 더욱이 수단, 꿍꿍이에는 관심도 없었다. 부잣집에서 태어났지만 평범한 사람들을 업신여긴 적이 없었고, 자신감이 넘치면서도 우아한 분위기가 있었기에 염정훈이 그에게 반한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여자인 자신도 이렇게 좋아하는 데 남자들이야 더할 나위 없었다. 서정희의 대범한 성격에 그는 부끄러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예전의 서정희의 모습은 온데간데 사라졌다. 마치 망가진 인형마냥 완벽하게 예쁜 외모지만 눈빛에서 추호의 감정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그런 서정희의 모습을 보면서 전아영은 마음이 움츠러들었다. “정희야, 너 무슨 바보 같은 소리를 하고 있어?” 서정희는 울다가 웃으면서 마치 미친 듯한 모습을 보였다. 눈앞의 사진들은 다시 한 번 그의 상식을 뛰어넘었다. 사람이 선하면 타인이 마음대로 자신을 괴롭힐 수 있는 빌미밖에 안 된다는 것을 서정희는 비로소 뼈저리게 느꼈다. 눈물은 그의 두 볼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그 사람은 나를 도와 레오를 찾아줄 마음이 꼬물만치도 없어. 그저 나를 괴롭힐 이유를 찾을 뿐이지. 그런데 난 아빠가 깨어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지.” “정희야.” “나는 그 사람이 키우는 한낱 개에 불과해. 가끔 기분이 좋으면 물건 하나를 하사하고. 난 또 이에 대해 감지덕지를 해야 하지. 그리고 그 사람의 비위를 건드릴까 봐 내내 조심해야 하고. 아마 그 사람 눈에는 내가 광대가 아닐까 싶어. 그렇게 아프면서도 그 사람의 비위를 맞춰야 했잖아. 그런데 그 사람은 아무렇지 않게 내 상처에 비수를 꽂아.” “정희야, 진정해.” “진정? 아영아, 내가 지금 어떻게 진정해? 분명 내게 닥친 모든 불행이 그 사람들이 안겨준 건데, 왜 죽어야 하는 게 그 사람들이 아니라 나인데?” 눈앞의 서정희의 모습을 본 진아영은 온 몸이 으스스 떨렸다. “정희야, 그렇다고 바보 같은 짓 하면 안 돼. 나도 백지연이 나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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