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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장

지수현은 눈을 흘기며 말했다. "그럼, 네가 밤새 돌아오지 않으면 내가 밤새 잠도 자지 말고 너를 기다려야 해?” "아니." "뭐?" "내가 밤새 돌아오지 않을 리가 없어." 지수현은 약속과 비슷한 그의 이 말을 아랑곳하지 않고 하품을 하며 말했다. "알았어. 이제 계속 자도 되지?" 그녀가 또 누워서 자려고 하는 것을 본 허정운이 더는 참을 수 없어 소리쳤다. "지수현!" "또 뭐?" 그녀의 눈동자에 짜증이 묻어나는 것을 본 허정운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내가 오늘 저녁에 술을 마셨으니 네가 나를 도와 씻어줘." 지수현은 숨을 크게 들이쉬면서 그를 내던져 버리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억누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화장실로 밀고 들어갔다. 그녀는 치약을 짜서 허정운에게 건네주며 하품을 하면서 말했다. "여기!" 허정운이 이를 닦고 나자 지수현이 수건을 들고 그의 얼굴을 대충 닦아주었는데, 마치 그의 얼굴을 한 겹 벗겨내려는 것처럼 힘을 아주 세게 실었다. 허정운은 눈살을 찌푸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좀 살살 할 수 없어?" "미안하지만, 내가 어릴 때부터 힘이 너무 세서 통제할 수가 없네?" 허정운은 어이가 없었다. 다 씻고 난 뒤, 지수현이 재빨리 허정운을 침대로 옮겨주더니 이불을 덮어주고는 불을 껐다. 지수현이 자리에 눕자, 허정운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지수현, 지난번 일은 내가 잘못했어. 너를 의심해서 미안해." 그는 그녀랑 같이 밥을 먹은 남자를 조사해 보려 했으나 결국 꾹 참았다. 만약 지수현이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두 사람이 더 격렬한 말다툼을 벌일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지수현은 오랫동안 침묵하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자." 이튿날 아침, 지수현이 잠에서 깼을 때 허정운은 이미 일어나 침실을 나간 뒤였다. 그녀가 씻고 나서 침실을 나서자 허정운이 거실에 앉아 전화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오늘 회색 털실옷과 검은색 긴 바지를 입어서 차가운 분위기가 조금 덜했다. 지수현은 잠시 쳐다보더니 시선을 돌리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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