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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장

허정운이 떠나려 하자, 지연정이 갑자기 뒤에서 그를 꼭 껴안고 울먹이며 말했다. "싫어. 만약 오늘 내게 답을 주지 않으면, 절대 보내지 않을 거야!" 허정운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살짝 짜증스러운 마음에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연정아, 이거 놔!" "싫어!" 지연정은 고개를 저으며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설마 열여덟 살 때 리조트에서 내게 한 약속을 잊은 건 아니지?" 커다란 허정운의 몸이 한순간 굳어버리더니 곧이어 갈등하는 눈빛을 했다. 그는 지연정의 손을 떼어내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또박또박 입을 열었다. "연정아, 나는 한 번도 잊은 적 없어." 그는 그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최선을 다해 만족시켜 주려고 했다. 설령 그녀가 지수현을 해치려 한 것을 알면서도 그는 그녀를 탓하지 않았다. "잊은 적 없다면서 왜 아직도 지수현과 이혼하려 하지 않아?" 허정운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는 지수현과 이혼할 생각만 하면 왠지 모르게 마음속에 거부감이 들었다. 지연정이 눈을 깜박거리자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정운 오빠, 설마... 지수현을 사랑하게 됐어?" 허정운의 동공이 파르르 떨리더니 그가 곧바로 눈살을 찌푸렸다. "연정아,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내가 그 여자를 사랑할 리 없잖아?" "그 애를 사랑하지 않는다면서 왜 이혼하려 하지 않아? 만약 그 애가 오빠를 돌봐준 그 이 년의 세월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면, 다른 방법이 많잖아?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오빠의 일생을 걸 필요 없어. 나도 오빠랑 같이 그 애에게 잘해주면 되잖아!” “그 애가 오빠를 내게 돌려주기만 한다면, 설령 지옥에 다녀오라고 해도 다녀올 수 있어!” 지연정의 간절한 눈빛을 마주한 허정운은 그만 목이 메어 한참이 지나서야 천천히 말했다. "연정아, 내게 생각할 시간을 줘.” 지연정도 너무 몰아붙이면 안 된다는 것을 알기에 눈물을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기다릴게!" 허정운이 떠난 뒤, 눈물을 닦은 지연정의 눈동자에 원한이 용솟음쳤다. ‘내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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