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5장

한참을 침묵하던 지수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예 신고해.” “그래, 그렇게 할게.” 통화를 마친 지수현은 허정운이 이상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봤다. “허정운 씨, 할 말 있어?” 화면을 지수현 쪽으로 돌려주는 허정운의 입꼬리에 미소가 걸렸다. “예전에 날 이렇게 좋아한 줄은 몰랐네. 계속 뒤에서 훔쳐나 보고 말이야?” 휴대폰의 사진은 지수현이 몰래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장면이었다. 두 눈에는 감출 수 없는 마음이 가득해 지수현은 당장이라도 쥐구멍을 파고 들어가고 싶었다. 연예 뉴스 계정이 말한 찌라시는 전부 가짜였지만 인터넷에 올라온 이 사진만은 진짜였다. 지수현은 비록 모든 사진의 장소와 시간을 전부 기억할 수 있었지만 누가 몰래 거기서 사진을 찍고 있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입술을 꾹 다물며 담담한 척 말했다. “어렸을 땐 누구나 바보 같은 짓을 좀 하잖아. 이젠 안 그래.” 그 말에 미소 짓던 허정운의 표정이 점차 차가워지더니 지수현의 두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정말로 날 안 좋아해?” “허정운 씨, 답은 당신이 가장 잘 알 텐데.” 그를 좋아하는 내내 지수현은 그의 뒤를 바짝 쫓아가려 애를 썼지만 그는 단 한번도 고개를 돌린 적 없었다. 이제 그녀는 지쳐 포기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허정운이 이제와 그녀에게 떠나지 말라고 하고 있으니 지수현은 어이가 없을 따름이었다. 한참을 침묵하던 허정운이 뒤늦게 입을 열었다. “인터넷에 그거, 내가 처리해 줘?” 지수현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신경 안 써. 게다가 금방 해결될 거야.” 허정운의 두 눈에 언뜻 알아채기 힘든 실망이 스쳐 지나갔다. 목소리도 조금 낮아졌다. “나는 네 남편이야. 가끔은 나에게 의지를 해 봐.” 미간을 찌푸린 지수현은 불쾌한 말투로 말했다. “필요 없다고 했잖아. 허정운 씨, 난 당신과 조금도 엮이고 싶지 않아. 빚 같은 것도 지고 싶지 않고. 나 졸려, 이제 자.” 말을 마친 지수현은 허정운이 어떤 반응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