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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밤 11시가 지나자 구택이 왔다. 소희는 이불 속으로 내미는 그의 손을 잡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오늘은 안 돼요." 구택은 그녀의 말을 듣고 얼른 손을 뺐지만 그녀의 목소리가 이상한 것 같아서 침대 머리맡에 있는 불을 켰다. 그녀의 안색은 무척 창백했다. 그녀의 눈빛도 평소처럼 밝지 않아 마치 아픈 토끼 한 마리 같았다. "왜 그래요, 어디 아파요?" 남자는 침대 옆에 앉아 그녀의 이마를 만졌다. "네, 한 달에 한 번씩 아파요." 소희는 빛에 눈이 어질어질하여 곧 감았다. "그럼 잘 누워있어요." 구택은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불을 끄고 일어나 방에서 나갔다. 소희는 마음이 쓸쓸한 데다 속이 좋지 않아 잠이 오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문이 다시 열리며 남자가 다가와 낮은 소리로 물었다. "잠들었어요?" 소희는 눈을 번쩍 뜨고 어둠 속의 남자를 바라보며 그가 왜 다시 돌아왔는지 몰랐다. "불 켤게요." 남자는 침대 머리맡으로 가서 불을 켰다. 소희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가 손에 그릇 하나를 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안에는 검붉은 국물이 들어 있었다. 그녀는 짙은 흑설탕과 생강 냄새를 맡았다. 구택은 침대 옆에 앉았다. 희미한 불빛 아래 그는 무척 부드러워 보였다. "의사에게 물어봤더니 흑설탕 생강물이 생리통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하네요. 좀 마셔봐요." 소희는 뜻밖이라 생각하며 눈썹을 치켜 올랐다. "구택 씨가 끓인 거예요?" 구택은 살짝 어색해했다. "맞아요, 처음 끓여 본 것이라 마실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소희는 일어나서 그릇을 받아 한 모금 마셨다. 탕은 매우 뜨겁고 매웠으며 또 무척 달콤해서 그녀는 사레가 들려 하마터면 그릇을 집어던질 뻔했다. "왜 그래요?" 구택은 그녀의 표정이 안 좋은 것을 보았다. 소희는 고개를 들어 물었다. "흑설탕과 생강을 얼마나 넣었어요?" 구택은 이마를 찌푸렸다. "의사가 좀 많이 넣으라고 해서 주방에 흑설탕 한 봉지가 있길래 다 넣었어요. 생강은 통째로 넣었고요. 왜요?" "......" 그녀는 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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