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화
어의가 말하며 약상자를 열었다.
오랜 시간 고통을 겪은 강희진은 이미 마비된 상태였지만, 탁자 위에 빼곡히 놓인 은침을 보자 여전히 약간의 두려움을 느꼈다.
입을 열려던 찰나, 갑자기 어깨에 무거운 느낌이 들었다.
“곽 어의는 청백한 출신이니, 그를 더럽히지 마라.”
선우진의 목소리엔 약간의 노기가 서려 있었다.
강희진은 코를 킁킁거리며, 반박하려다가 생각을 바꿨다.
어쨌든 선우진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에게 자신은 단지 욕정을 풀기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이었다.
창문으로 가을바람이 스며들자, 강희진은 선우진의 겉옷을 더욱 단단히 여몄다.
은침이 살 속을 파고드는 통증에 뼛속을 쑤시는 듯했으나, 그녀는 손가락 끝으로 치맛자락을 꼬집어 참았다.
몇 번이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선우진의 냉담한게 표정을 보고,다시금 참아냈다.
선우진의 기색이 어두워진 것을 알고, 강희진은 더는 불씨를 지피지 않으려 조심스레 숨을 고르며 앉아 있었다.
“참을성이 있구나.”
곽 어의가 문을 닫는 소리와 함께 선우진의 조롱이 내리꽂혔다.
“소첩이 폐하께 방해하면 않되죠.”
강희진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흐트러진 숨결을 가다듬었다.
“방해하지 않겠다니? 내 보기엔 심히 능란하더라.”
선우진은 입꼬리를 비틀며 창가로 걸음을 옮겼다.
“폐하께서 갑자기 소첩을 차갑게 대하시니, 소첩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나이다. 하루 종일 폐하를 기다렸는데, 밤이 깊어지니 소첩이 직접 찾아왔나이다.”
강희진의 얼굴은 창백했고, 말투는 너무나도 가늘어서 조금만 힘을 주면 끊어질 것 같았다.
선우진은 그 허약한 모습을 노려보며 이유 모를 짜증이 났다.
“이리 오너라.”
황제의 명령에는 항복을 강요하는 음울함이 섞여 있었다.
강희진은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켜, 비틀거리며 선우진 곁으로 다가갔다.
발걸음이 채 멈추기 전에 손목이 잡히며 그 품에 내던져졌다.
겉옷이 바닥으로 미끄러지며, 강희진의 몸에는 속옷 한 벌만 남았다.
어깨의 붕대 사이로 핏빛이 스며든 자리가 희미하게 번졌다.
선우진의 눈동자가 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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