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화
어둠 속에서 강희진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선우진은 그녀의 턱을 굳게 움켜잡아 시선을 맞추게 했다.
한 방울의 눈물이 그의 손등에 떨어지자, 선우진은 흠칫 멈추더니 손을 거두었다.
이윽고 몸을 돌려 그녀를 품속으로 끌어안았다.
비록 조금 전엔 강희진의 얼음을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눈을 감으니 눈물을 글썽이며 자신을 바라보는 그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어서 자거라.”
선우진은 여전히 깊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내렸다.
“폐하.”
강희진이 목이 멘 소리로 나즈막하게 불렀다.
“말해 보아라.”
“소첩이 폐하께 청하옵니다. 추렵 행차에 소첩을 동행시켜 주시옵소서.”
“...”
선우진은 오래도록 답하지 않았다.
의식이 흐릿해진 강희진이 온 힘을 다해 정신을 가다듬자, 침묵이 흐르는 공기에 불안이 엉겨 붙었다.
고개를 들며 선우진의 얼굴을 살피던 그녀의 손가락이 희미하게 떨렸다.
“허락하노라.”
한참 후에야 내려진 허락에, 강희진은 안도의 숨을 토해냈다.
“감은하옵니다. 폐하.”
기쁨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답하며 그를 부여안았다.
강희진의 기억은 그 순간에서 끊겼다.
정오가 되어서야 눈을 뜬 그녀는 침상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제가 어떻게 여기에...”
“주상께서 오늘 새벽에 모셔 왔어요.”
대야에 맑은 물을 담아 들고 들어온 초월이 서둘러 그녀를 부축하며 설명했다.
“궁인들에게 수차례 당부하시며 편히 주무시게 하라 하셨사옵니다. 강원주도 어쩌지 못하시더이다.”
“그리하였군요.”
강희진이 작게 중얼었다.
선우진의 의도를 가늠할 수 없었다.
상처에는 눈길도 주지 않으면서, 어째서 또 잠을 잘 자기를 염려했을까.
문득 중요한 것을 떠올린 듯 그녀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추렵 행차 허락은 확실하겠지요? 어제 폐하께서 친히 허술하셨으니...”
팔의 상처가 짓무른 아품을 일으키자, 어젯밤 광경이 눈앞을 스쳤다.
“분명히 약조하셨사오나...”
초월이 말을 우물쭈물하더니 입술을 깨물었다.
“강원주 그분께서 크게 진노하시더이다.”
“알겠습니다.”
옷을 수습한 강희진이 주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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