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화
“폐하.”
강희진이 부끄러운 듯 목소리를 낮추며 선우진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창문 너머로 스며드는 새벽 볕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있었다.
“폐하, 어서 소첩을 내려주십사오.”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달콤하게 들렸다.
선우진은 가볍게 웃었지만, 그래도 장난을 멈추고 그녀를 놓아주었다.
막 잠에서 깨어난 강희진은 아직 머리가 어지러웠고, 잠시 서서 정신을 차린 후에야 제정신을 찾았다.
선우진이 떠나자,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정전으로 들어갔다.
“정녕 남정네를 홀리는 데 능하구나. 방금 그 장면은 나마저도 감탄할 만했어.”
강원주가 병풍 뒤에서 천천히 걸어 나와 초월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에 앉자, 춘희, 하선, 추연, 동월 네 명의 몸종이 차례로 밖에서 들어와 강희진을 지나쳐 강원주 뒤에 서서 자리를 잡았다.
상대방의 위세 속에서 외로이 서 있는 강희진의 모습이 더욱 두드러졌다.
강희진은 태연한 표정으로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아침에 강원주가 했던 말과 피 묻은 채찍을 순간 떠올리며 몸이 떨렸지만, 내색을 내지 않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저는 항상 큰언니의 당부를 잘 기억하여, 오직 큰언니를 대신해 폐하를 잘 섬기려고 노력했을 뿐입니다.”
그녀의 몸을 이용해 황제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지만, 정작 남자가 사로잡히는 모습을 차마 참을 수 없다니.
이 세상에 강원주처럼 모순된 삶을 사는 사람이 또 있을까.
속으로는 비웃었지만,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는 강희진이었다.
“나 대신인 줄 네 뇌리에 잘 새겨둬야 할 게야.”
강원주는 냉소를 지으며 말에 위협을 담았다.
강희진은 침묵을 지켰다.
“어서 내려가 옷을 갈아입고, 그 가면도 다시 쓰라.”
강원주는 성가신 듯 그녀를 흘겨보며 명령했다.
“그 얼굴을 보노니 화만 나.”
이런 말은 이미 익숙했다.
강희진은 지쳐서 빨리 방으로 돌아가 쉬고 싶었다.
그녀와 함께 방으로 돌아간 건 하선이었다.
이 네 명의 몸종은 어릴 적부터 강원주를 따라다니며 그녀에게 충성을 다했고 주인을 위해 온갖 악행을 저지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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