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화
“만약 가면이 불편하시거든 그냥 화비에게 말씀드리세요.”
초월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보기엔 내가 강원주의 약점을 쥐고 있고 폐하께 접근할 수도 있으니 강원주가 나를 두려워할 거라 생각하느냐?”
강희진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강 정승은 심성이 깊고 간교한 자야. 이미 내 어머니의 목숨을 담보로 나를 위협하고 있어. 내가 강원주의 말을 듣지 않으면 어머니 역시 고통받게 될 테지.”
하지만 말을 잘 들으면 무엇한단 말인가. 전생에서 그녀와 어머니는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지 않았던가.
강희진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자신의 어리석음과 나약함이 우스웠고 하늘이 공평하게도 다시 살아갈 기회를 주었다는 사실이 더더욱 가소로웠다.
웃다 보니 뜨거운 눈물이 두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초월은 언제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이었으나 이 순간만큼은 그녀를 향한 연민이 어리는 듯했다. 이윽고 초월이 조용히 몸을 숙여 강희진을 가만히 안아주었다.
초월의 따스한 위로에 더해 시간이 촉박하다는 사실도 그녀를 억누르듯 다가왔다.
강희진은 곧 마음을 다잡고 몸가짐을 가다듬은 뒤, 하인들이 입는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정전으로 향했다.
강원주는 이미 한참이나 기다린 터라 그녀를 보자마자 짜증이 서린 얼굴을 감추지 않았다.
“어제 빨래하라고 보낸 옷이 다 됐을 터이니 세답방에서 찾아오거라.”
그녀는 손가락 사이에서 옥반지를 빙글빙글 돌리며 강희진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강희진은 말없이 몸을 돌려 걸어가려 했다.
“너는 남아라.”
강원주는 초월을 가리키며 덧붙였다.
“이제 너도 저 아이와 같은 시녀일 뿐이니 굳이 시중을 받을 필요는 없겠지.”
초월은 고개를 숙이며 제자리에 멈추었다.
세답방은 궁궐의 가장 남쪽에 위치해 있어 거리가 꽤나 멀었다.
강원주는 애초에 그녀를 곤란하게 만들 작정이었는지 세 사람이 들어 올려야 할 만큼 무거운 옷가지를 그녀 혼자 옮기게 했다.
반쯤 왔을 때 강희진은 이미 양팔이 뻐근해 견딜 수 없었다.
잠시 쉬려던 찰나, 점점 가까워지는 발소리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