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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숙빈의 목소리는 나른한 듯 들렸으나 그 말 속에 감춰진 의도는 날카로웠다. 강희진의 머릿속이 순간 하얘졌고 그녀는 본능적으로 숙빈을 올려다보았다. “마침 영녕궁에 시녀가 부족하니 오늘부터 넌 날 모시도록 하여라.” 강희진이 선뜻 대답하지 않자 숙빈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그녀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어찌된 일이냐? 설마 내가 탐탁지 않다는 것이냐?” “그럴 리가 있겠사옵니까!” 지금은 일이 더 커지는 걸 피해야 했다. 숙빈을 노하게 하면 강원주까지 위험에 빠질 터였다. 강희진은 지체할 새도 없이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숙빈 마마, 송구하옵니다. 그저 제가 미천하여 마마를 모실 자격이 없다고 여겼을 뿐이옵니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만일 이대로 숙빈에게 붙잡힌다면 강원주는 물론 그녀 자신도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처할 것이었다. 더군다나 어머니의 목숨까지 위태로워질 수도 있었다. 강희진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고 어떻게든 이 상황을 벗어나야 했다. “내가 가라 하면 가는 것이지, 감히 명을 거역하려는 것이냐?” 숙빈의 목소리가 더욱 날카로워졌다. “아니면 명광궁의 그 여우뿐만 아니라 시녀들까지도 날 우습게 아는 것이더냐?” 그 기세에 숨이 턱 막힐 것만 같았다. “제가 어찌 감히 그런 마음을 품겠사옵니까.” 강희진은 머리를 더욱 깊이 조아렸다. 숙빈은 한 번 마음을 정하면 좀처럼 번복하지 않는 성미였기에 이제 와서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다. 그녀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 강원주가 어떻게든 그녀를 돌려가려 하길 바라는 것뿐이었다. 강희진이 생각에 잠긴 사이, 어느덧 영녕궁에 도착하고 말았다. 그녀의 마음이 더욱 복잡해졌다. “소첩, 폐하를 뵙사옵니다.” 문을 들어서자 선명한 황색 곤룡포가 눈에 들어왔다. 강희진의 심장이 순간 덜컥 내려앉았고 뒤따라온 궁인들 또한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숙빈이 돌아왔는가?” 낮고도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강희진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숙빈과 몇 번 스쳐 지나간 것만으로도 그녀의 정체를 눈치챌 뻔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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