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장

곽동우가 담담하게 말하자 곽지훈이 득의양양해서 말했다. "네가 마음이 안 좋은 거 알아, 하지만 몸이 말을 안 듣는 걸 어쩌겠어. 병원에 더 오래 있지 그랬어?" 탁봉현이 몇 번 더 다녀가면 곽동우가 죽을 거라고 했었다. 곽지훈은 그의 눈빛을 보며 위하는 척 가식 떨었다. "동우야, 네 부모님은 왜 안 와?" 왕봉선이 빨간색 치파오를 입고 걸어오면서 말했다. "네 할아버지까지 오셨는데, 네 부모님이 어르신보다 체면이 더 커?" 그녀는 또 윤선미를 흘겨보았다. "너 말이야, 시골에서 온 촌년을 아주 보배 취급하면서 다 데리고 다니네, 창피한 줄도 몰라." 곽동우는 아주 차분했고 눈가에는 알 듯 말 듯한 미소가 보였다. "큰 엄마, 얘가 내 보배 맞아요." "도련님, 윤선미가 병원에서 실습한다던데, 친엄마가 병 보러 갔는데도 줄 서라고 했대, 이런 딸을 둔 게 정말 재수 없잖아. 그런데 보배라고?" 소미연은 오만한 표정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설마 널 보배라고 했을까 봐?" 곽동우는 아주 가볍게 그녀를 비꼬았다. "내가 누굴 보배로 생각하는지 관심이 그렇게 많은 걸 보니, 아직 나 못 잊은 거야?" 전에 소미연이 곽동우한테 호감이 있었었다. 그때의 곽동우를 누가 안 사랑하겠어? "그만해!" 곽지훈은 분노에 찼고 정초식이 끝나면 소미연을 차버릴 생각이었다. 어차피 그한테 더는 이용할 가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훈아, 정초식 시작이야, 쓸데없는 사람이랑 시간 낭비하지 마, 할아버지 실망하게 하지 마." 곽건군이 담담하게 귀띔해 주었다. "네, 아버지." 곽지훈은 경멸하는 눈빛으로 곽동우를 흘겨보고서야 떠났다. 곽씨 가문 큰 집사람들이 떠나자 곽동우가 말했다. "가까이 가서 봐야 잘 보여." "네." 윤선미가 그를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정초석 앞에는 사람들이 가득 둘러싸였고 그들은 제일 밖에 멈춰 섰고 옆에는 당나라 복장을 입은 곽씨 가문 어르신이 있었다. 그는 지팡이를 짚고 있었고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었고 두 경호원이 그를 지키고 있었다. 곽동우를 본 순간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