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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흐리멍덩하게 지내다 보니 어느새 보름이 지나갔다. 이날 아침 진가희는 임신 테스트기를 들고 화장실로 갔다. 지난번에도 여러 개를 사용한 경험이 있어 처음 쓸 때처럼 수치심과 불안감에 빠져 떨리는 손으로 잘 보이지도 않는 설명서를 읽지 않아도 되었다. 결과를 기다리는 몇 분간 진가희는 기대감과 초조함이 뒤섞인 마음이었다. 한 줄이 또렷하게 나타났을 때 진가희는 단념하기 어려워 다시 검사를 진행했다. 동일한 결과가 나타난 순간 진가희는 욕실에 서서 고통스러운 얼굴로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대체 왜 아직도 임신을 하지 못한 것인지 괴로웠다. 진가희는 혼이 나간 사람처럼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녀를 본 고희숙이 곧바로 소파에서 일어나 다가갔다. "가희야, 어떻게 됐어? 결과 나왔어?" 고희숙은 조급한 눈빛으로 진가희를 바라보았다. 진가희가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자 고희숙은 그녀의 손을 붙잡으며 재촉했다. "임신이야? 맞아?" "아니요." 진가희는 손에 들고 있던 임신 테스트기를 고희숙에게 주었다. 고희숙은 임신 테스트기에 찍힌 한 줄을 바라보고 몸이 무거운 무언가에 부딪힌 사람처럼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더니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병원으로 간 진가희는 진이나에게도 이 소식을 알려주었다. 진이나의 창백한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가득했다. 진가희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결국은 사과의 말만 내뱉었다. "언니, 미안해." 진이나는 애써 기운을 차리며 다정하게 진가희를 위로했다. "괜찮아, 가희야.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아도 돼." 이때, 하도훈이 병원으로 왔다. 그가 병실로 걸어오자 문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던 고희숙이 그에게 다가갔다. 고희숙이 하도훈을 향해 말했다. "도훈아, 또 임신을 하지 못했어." 고희숙의 말에 하도훈은 과묵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고희숙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도훈아, 우리 이나 오래 못 기다려... 너도 이나를 잃고 싶지 않잖아." "알고 있어요. 조급해하지 마세요." 문 앞에서 들려오는 대화소리에 진가희는 그쪽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숙인 채 고희숙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하도훈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진가희는 몸을 움츠리며 문 쪽에서 시선을 돌렸다. 대화를 마무리한 고희숙이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가희야, 도훈이가 너와 얘기하고 싶대." 진가희는 주먹을 꽉 움켜쥐며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고 병실 밖으로 나갔다. 병실 문으로 나가자 기다리고 있는 하도훈이 보였다. 하도훈이 갑작스럽게 손을 내밀어 진가희는 깜짝 놀랐다.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도훈의 손은 진가희를 지나쳐 뒤에 있는 병실 문을 닫아 고희숙과 진이나의 시선을 차단했다. "오늘 아침에 검사한 거야?" 병실 문이 닫히고 하도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고개를 숙여 진가희를 바라보았다. 진가희는 힘겹게 대답했다. "응." 하도훈이 또다시 물었다. "몇 번 검사했는데?" "두 번." 진가희는 시선을 내리며 입을 열었다. "보약을 많이 먹었는데 아직도 임신이 안 됐어." 하도훈이 진가희를 위로했다. "괜찮아. 너 때문이 아니라 내 문제니까." 하도훈의 말에 진가희는 침묵했다. 진가희는 나이가 어렸고 여태껏 남자친구는 우지성 한 명뿐이었다. 두 사람은 선을 넘는 짓을 한 적이 없었기에 하도훈의 말 뜻을 단번에 파악하지 못했다. 진가희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들어 하도훈을 바라보았다. "네가 원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어서 전에는 너를 놀라게 할까 봐 강압적으로 굴지 않았어." 하도훈의 말속에는 원하는 바가 있었다. 진가희는 뒤늦게 이전 고희숙이 했던 말을 떠올리고 반응했다. "그러니까 함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뜻이야?" 진가희는 모기처럼 가냘픈 목소리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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