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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아직도 어색한 거라면 날 친구라고 생각해 봐." '친구? 친구와 함부로 잠자리를 가져도 되는 건가?' 진가희는 이 모든 것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몰랐다. 하도훈은 조용히 진가희의 대답을 기다렸다. 진가희도 진이나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고희숙도 자신이 질질 끄는 것을 더는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진가희는 마치 물러날 곳이 없는 절벽 가장자리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지난 두 번의 경험을 떠올리면 여전히 무서웠다. 한동안 불안정한 호흡을 내뱉으며 덜덜 떨던 진가희는 결국 타협하듯 목구멍으로 대답을 쥐어짜냈다. "알았어." 진가희의 대답을 듣고 나서 한참 뒤에 하도훈은 담담하게 대꾸했다. "그래. 조금 있다 내가 데려다줄게." 하도훈은 진가희의 맞은편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대화가 종결되었다고 생각한 하도훈은 몸을 돌려 병실로 들어갔다. 진가희는 몸 옆으로 늘어뜨린 양손에 주먹을 쥐었다. 하도훈이 병실로 들어갔을 때, 간병인이 세심하게 진이나를 돌보고 있었다. 방금 들은 소식이 충격이었던 것인지 진이나의 정신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진이나는 음식을 먹고 싶지 않다며 거부했다. 옆에서 속을 졸이던 고희숙은 병실에 들어온 하도훈을 구세주처럼 쳐다보았다. "도훈아..." 고희숙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었기에 하도훈은 신경 쓰지 않고 병실 침대에 앉아 진이나를 달랬다. "입맛에 맞는 음식을 좀 먹을래? 뭐라도 좀 먹어야지." 이 기간은 진이나의 치료 기간에 속했고 식사가 아주 중요했다. 진이나는 고개를 저었다. "별로 먹고 싶지 않아. 입맛이 없어." "죽 있어. 내가 먹여줄게." "도훈아, 나는 왜 이럴까?" 진이나는 슬픈 눈빛으로 하도훈의 손을 잡았다. 죽 그릇을 들어 올리려던 하도훈의 손을 진이나가 붙잡았다. 진이나가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에 하도훈은 그녀의 손을 맞잡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했다. "걱정하지 말고 모든 건 나한테 맡겨. 응?" 하도훈은 부드럽고 다정한 얼굴이었다. 진이나는 작게 대꾸했다. "먹어." 그제야 진이나의 기분이 차츰차츰 정상으로 회복되며 협조하기 시작했다. 하도훈은 진이나에게 죽을 먹여주었다. 진가희는 문 앞에 서서 진이나가 하도훈에게 의지하는 모습과 하도훈이 진이나를 다정하게 챙겨주는 모습을 바라보며 우지성을 떠올렸다. 자신이 아팠을 때도 진이나처럼 우지성에게 의지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두 사람 사이에 더는 미래가 없다. 진가희는 진이나가 무척이나 부러웠다. 저녁 6시가 되어 진가희는 하도훈과 함께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는 여전히 서로 말없이 조용했다. 차가 도로를 달리는 중에 진가희는 집으로 가는 방향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하고 하도훈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하도훈은 아무런 설명도 없이 물었다. "배고파? 먼저 밥부터 먹으러 가자." 다시 불안함이 엄습한 진가희는 조수석에 앉아 손으로 안전벨트를 움켜쥔 채 멀뚱하게 대답했다. "고마운데 나 배 안 고파." "응." 하도훈은 담담하게 대꾸했다. 차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차가 천천히 멈추었다. 진가희는 여기가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주위가 어둡고 조용했으며 사람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진가희는 오늘 치마를 입어 조금 추웠다. 매미 우는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와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차를 멈춰 세운 하도훈은 조용히 운전석에 앉아 있었다. 진가희는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두근거렸다. 곧이어 하도훈이 진가희를 안아 자신이 앉은 운전석으로 데려왔다. 하도훈에게 안기는 순간, 진가희는 겁을 먹은 새처럼 그의 팔에 손을 올리고 몸을 둥글게 말았다. 두 사람의 호흡이 거칠어지고 조급해졌다. 누구 하나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나무 향기가 점차 진가희에게 풍겨졌다. 하도훈의 입술이 진가희의 입가에 머물렀다. 하도훈은 진가희의 긴장을 느꼈다. "무서운 거 알아. 마음 편하게 가져." 진가희는 정말이지 도망가고 싶었지만 이 좁은 공간에서 도망치지 않도록 자신을 통제했다. 하도훈는 진가희의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무서워하지 말고 나한테 가까이 와." 경험이 적은 진가희는 시종일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어쩔 수 없이 하도훈의 말대로 몸에서 힘을 풀고 얼굴을 그의 넓은 어깨에 기댔다. 진가희는 왠지 모르게 호흡이 가팔라졌다. 하도훈의 손이 갑자기 진가희의 허리를 감싸 안아 두 사람의 거리가 더욱 가까워졌다. 하도훈의 호흡도 불안정했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진가희를 불렀다. "가희야." 진가희는 하도훈이 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인지 몰라 혼란스러웠다. "몸 좀 일으켜봐." 진가희는 하도훈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두 사람의 숨결이 누구의 것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뒤섞였고 가빨라졌다. 아무리 기다려도 진가희가 협조하지 않아 인내심이 바닥난 하도훈은 자신의 입술로 그녀의 입술을 짓눌렀다. 익숙한 느낌이 밀려왔다. 진가희는 낯선 두 사람이 어떻게 이토록 친밀한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인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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