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장

가희는 천천히 손을 그의 손에서 뺐다. “방금 깜빡 잊었어.” 하도훈도 손을 거두어들이고 대답했다. “그래, 수업 잘 들어.” “알았어, 도훈 오빠.” 가희는 순순히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이번에는 손에 난 상처를 매우 조심했다. 하도훈의 차는 가희가 교문으로 들어가자 곧바로 떠났다. 손목이 조금 뜨겁다고 생각한 가희는 온도를 식히려 했지만 그 열기는 그녀의 손에 각인된 듯했다. 오후에 가희와 허지연이 들어야 할 수업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두 사람은 학교 밖에서 쇼핑했다. 한참을 걸어 다니던 허지연이 갑자기 가연에게 물었다. “가희야 지금 어디에 살고 있어?” 치마 한 벌을 손에 들고 바라보고 있던 가희는 허지연의 말에 빠르게 대답했다. “아, 나 집에 살지.” 허지연이 덤덤하게 말했다. “요즘 학교에 있는 줄 알았어.” 가희는 무기력하게 대답했다. “아니야, 요즘 집에서 다녀.” 두 사람이 길가의 한 가게를 나와 약국을 지나던 중 가희의 시선이 갑자기 그 약국 문에 걸린 광고 문구에 꽂혔다. 배란을 촉진하여 임신을 돕는다는 문구였다. 가희의 눈은 그 광고 문구를 주시하고 있었는데 마치 귀신에 홀린 것 같다. 허지연은 그녀가 약국 문을 뚫어지라 쳐다보는 것을 보고 물었다. “뭘 보는 거야?”어?！” 가희는 당황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허지연은 가희의 표정 변화를 주의하지 못한 채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러면 저기 앞에 있는 가게에 가서 구경하자. 이달에 신상이 나왔다고 하더라고.” 가희는 허지연의 손에 이끌려 그녀를 따라 앞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옷가게에 도착한 가희는 다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지연아, 나 살 게 좀 생각났어. 여기서 기다려, 금방 갔다 올게.” 허지연이 무언가를 물어보려 하자 가희는 기회를 주지 않고 가게를 나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옷가게 앞에서 사라졌다. 5분 후, 가희가 허지연이 돌아왔다. 허지연은 옷을 입어보며 거울 앞에서 이리저리 비춰보고 있다가 그녀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 물었다.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