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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장

얼떨떨한 표정으로 서 있던 비서는 정신을 차리며 입을 열었다. "네, 따라오세요." 진가희는 비서를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진가희가 차에 타자 비서가 다시 확인했다. "잊으신 물건은 없으시죠?" 진가희는 고개를 저었다. "없어요." "네, 알겠습니다." 비서도 차에 올랐다. 곧이어 차는 팰리스를 벗어났다. 진가희는 비서와 함께 민사무소에 도착했다. 민사무소 로비에는 커플로 보이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눈에 보이는 것처럼 그들에게는 무척 좋은 날이 분명했다. 오로지 진가희만이 혼자 민사무소 로비에 있는 차가운 의자에 앉아 순서를 기다렸다. 비서는 끊임없이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헀는데 아마 하도훈이 오길 기다리는 것 같았다. 비서는 이따금 진가희에게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현재 진이나 씨에게 약간의 문제가 생겨서 조금 더 기다리셔야 할 것 같아요." 진가희의 마음속은 이미 아무런 감정도 없이 고요했다. 혼인신고를 언제 하든 진가희에게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진가희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알겠어요." 기다림 속에서 나타난 사람은 하도훈이 아닌 고희숙이었다. 진가희 옆에 서 있던 비서는 고희숙이 민사무소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약간 놀란 음성으로 그녀를 불렀다. "진 사모님?" 고희숙은 진가희를 찾아 온 것이기에 들어오자마자 시선이 진가희에게 고정되었다. 고희숙은 하도훈의 비서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 "가희와 단둘이 이야기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찾아왔어요." 놀란 비서가 무의식적으로 고희숙과 진가희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곧이어 비서는 재빨리 대답했다. "네." 그러나 고희숙이 오늘 찾아온 목적을 알 수 없어 비서는 쉽사리 안심이 되지 않았다. 비서는 진가희를 몇 초 동안 바라보다 잠시 로비를 떠났다. 비서가 떠나고 고희숙은 진가희 앞에 섰다. 고희숙이 목적을 가지고 맹렬한 기세로 자신을 찾아온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진가희는 미동도 없이 자리에 앉아 평소처럼 고희숙에게 인사를 건네지도 않았다. 아무 이유 없이 그녀가 이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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