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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장

이 말을 들은 가희는 허지연을 바라보았다. 하씨 가문이 학교의 가장 큰 기부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학교 강당에는 하성그룹 로고가 있을 정도이니 또 한 번 기부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닌 것 같았다. 가희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허지연이 또 입을 열었다. “가희야, 그거 알아? 많은 사람이 하성그룹의 이번 기부가 네 언니의 복을 빌기 위한 것이래.” 가희는 발걸음을 멈추고 허지연을 바라보았다. “점쟁이를 찾아봤는데 업보 문제래. 돈 많은 사람이 미신을 더 믿는 것 같아.” 가희는 정말 이 일을 몰랐지만, 방금 차에서 하도훈이 통화할 때 ‘사찰’이라는 두 글자를 들은 것 같았다. 그때 그녀는 자신이 잘못 들은 것으로 생각했지만 허지연이 말한 이 일과 관련이 있을 줄은 몰랐다. 그녀가 계속 임신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들은 이미 신에게 도움을 청하기 시작한 것인가. 허지연은 가희의 침묵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계속 그녀를 향해 말했다. “우리 학교는 너의 언니 모교이니 하성그룹이 어차피 학교에 기부할 거면 우리 학교에 기부하는 게 좋겠지. 우리 학교에 매년 기부하면 우리도 네 언니 덕을 볼 수 있잖아.” 가희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응, 그래.” 허지연은 그녀가 이 사실을 전혀 모르는 듯한 표정을 짓자 또 물었다. “하성그룹이 이번에 기부하는 걸 모르고 있었어?” 가희가 대답했다. “몰라, 아무도 나에게 말하지 않았어.” 가희는 허지연과 몇 마디만 나눈 뒤 자료를 찾아보겠다며 도서관으로 들어갔다. 허지연은 일이 있어서 그녀를 따라 들어가지 않았고, 가희는 혼자 도서관에 있었다. 그녀는 도서관 한구석에서 누군가 허지연이 방금 말한 그 일에 대해 의논하는 것을 들었다. 정말... 그녀 혼자만 모르고 있었다. 저녁에 실험실에서 나온 가희는 전화 한 통을 받았는데 뜻밖에도 하도훈의 전화였다. 그녀는 바로 물었다. “도훈 오빠, 무슨 일 있어?” 하도훈이 전화기 너머로 말했다. “저녁에 같이 식사하자.” 그 말을 들은 가희는 계단을 올라가다가 걸음을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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