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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장

"자영이가 춘성에 봉사활동하러 갔어요." 어르신은 멈칫하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여자애가 그런 고생을 하는 걸 두고 봤다고? 주씨 가문에서 걔를 못 키울 것 같아? 자영이가 미술 배우지 않았어? 왜 해외로 연수 보내지 않고, 오히려 그렇게 먼 곳에 봉사하러 보냈어? 누구 생각인 거야?" 추영자는 잠깐 침묵했다. "자영이 생각입니다." "그럴 리가, 갑자기 그렇게 먼 곳까지 가서 뭐 한대? 솔직하게 말해, 누가 자영이 괴롭혔어? 나한테 말해, 내가 편들어줄게." 어르신이 표정이 어두워져서 말했다. 어르신이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추영자는 정말 그녀한테 호소할 정도로 순진하지 않았다. 어찌 됐든 주경민과 연관된 일이었기에 나중에 어르신이 누구의 편을 들지는 너무 뻔했다. "원래 자영이를 해외 유학 보내려고 했는데, 얼마 전에 갑자기 사고가 생겨서, 자영이가 손을 다쳤어요, 다시는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됐어요. 그러다가 인터넷에서 봉사활동을 보고 지원한 겁니다." "자영이가 직접 한 결정이라 반대할 수 없었어요. 게다가 자영이가 어린아이도 아니고, 심사숙고하고 내린 결정이라고 믿었기에 이모가 돼서 당연히 지지해 준 겁니다." 그녀의 말을 듣자 어르신은 실망한 것 같았다. "너도 자영이를 너무 오냐오냐 해줬어, 다쳤으면 병원에서 잘 치료받아야지, 그런 외진 곳에 가서 사고라도 나면 어떡해?" 어르신은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바로 말을 돌리고는 추영자를 압박스럽게 빤히 바라보았다. "솔직하게 말해 봐, 민이가 자영이가 떠난 소식을 알고 찾으러 간 거야?" 추영자의 눈빛에 당황함이 스쳤다. "전... 전 잘 몰라요." 어르신은 눈을 게슴츠레 떴는데 아주 매정해 보였다. "자영이가 크는 걸 나도 지켜봤어, 민이가 얼마나 아끼는지도 모두 알아. 자영이가 갑자기 떠나니까 경민이가 익숙지 않아서 찾아갈 수도 있지. 나한테 숨길 필요 없어, 여기 아무도 없어." 어머님은 내가 거짓말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추영자의 낯빛이 안 좋았다. "제가 어머님을 속일 필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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