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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장

하지만 정했던 시간이 지났는데도 주경민이 연회장에 나타나지 않았기에 그녀는 더는 끓어오르는 분노와 원망을 참을 수 없었다. 이제 딱 한걸음만 더 가면 그녀는 주경민의 당당한 짝이 될 수 있었는데, 하필 이때 주경민이 실종됐다! 강유리는 오기에 차서 주경민한테 계속 전화를 걸었는데 아무도 받지 않았다. 그녀는 심지어 주경민이 자신을 차단한 게 아닌지 하는 의심까지 들었다. 강유리가 참지 못하고 드레스자락을 들고 위층에 가서 주성호한테 물어보려고 했는데, 주성호가 계단에서 내려와 연회장에 나타난 걸 보고는 얼른 가다갔다. "아버님, 민이랑 연락이 안 돼요?" 주성호는 장미숙의 젊었을 때와 많이 비슷한 강유리의 얼굴을 보며 미안한 느낌이 들었다. "연락했는데, 문제가 좀 생겼어, 당분간 못 올 것 같아." 주성호는 솔직하게 말하지 않았다. 강유리의 안색이 안 좋자 그는 얼른 다독였다. "손님들이 도착했어, 시간이 늦어서 너랑 경민이 혼사를 그냥 공개하려고. 경민이가 돌아오면 다시 약혼식 올리게 해 줄게." 강유리는 불만이 가득했다. 그녀와 주경민의 약혼식인데, 남자 주인공이 없다는 게 말이 돼? 이건 일부러 날 웃음거리로 만들겠다는 거 아니야? 그러다 누군가 주경민이 그녀를 좋아하지 않아서, 일부러 약혼식에서 엿 먹이는 거라고 하면, 뭐라고 설명해야 해? 이게 모두 심자영 그년 때문이야! 그년이 왜 좋은 마음으로 주씨 저택을 나가고, 주경민을 떠나나 했네. 진작에 밀당을 계획했고, 주경민이 무조건 찾으러 갈 거라는 걸 알고 일부러 숨은 거야. 그녀가 오랫동안 기다렸던 약혼식을 망쳤으니 그녀는 절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유리야, 내 말 듣고 있어?" 주성호는 강유리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하지 않자, 그녀가 자신이 마련한 것에 대해 불만이 있는 줄 알고 미간을 찌푸렸다. "너한테 불공평하다는 거 알아, 원하지 않으면 너랑 경민이 일을 뒤로 미루고, 경민이가 돌아오면 다시 준비..." 주성호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강유리는 이미 반응했고, 주성호가 이번 약혼식을 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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