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장
주경민의 눈빛에 실망이 스쳤지만 심자영이 화를 낼까 봐 두려웠고, 겨우 나아진 사이가 다시 얼어붙을까 봐 두려워 억지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 자영이 말 들을게, 먼저 밥 먹자."
유난히 조용한 식사였다. 식사 내내 수저와 그릇이 부딪치는 소리만 들렸고, 아무도 말하지 않았기에 분위기가 무서울 정도로 가라앉았다.
밥을 먹고 나서 강도현이 수저를 치우려고 했지만 주경민이 먼저 일어나서 재빨리 식탁에 남은 물건들을 치웠다.
심자영이 말릴 틈도 없이 말이다.
"오빠, 거기 둬, 내가 조금 이따 씻을게."
심자영이 그를 따라 주방에 들어갔다.
"여자애는 손이 중요해, 이런 일은 오빠가 할게."
주경민의 말투에 애정이 가득했다.
심자영은 멍해졌고 표정이 안 좋아졌다. 그녀는 왼손으로 오른손 손목을 가볍게 문질렀다. 그곳은 이제 별로 아프지는 않았지만... 영원히 낫지 못했다.
주경민은 그녀가 갑자기 침묵하자 뭔가 떠올랐고 순간 낯빛이 극도로 어두워져서 황급히 설명했다.
"자영아, 그런 뜻이 아니야. 넌 언제는 내가 아끼는 공주님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야, 그건 예전이랑 같아, 변한 적 없어. 일부러 네 상처 들춰낸 거 아니야, 미안해, 자영아."
심자영은 손목을 꽉 잡았고, 눈빛에 스친 애수를 감추고는 서서히 고개를 저었다.
"이미 지나갔어, 씻을 거면 그냥 씻어. 다 씻고 거기 두면 돼. 난 먼저 학교 갈게, 갈 때 문 잠가줘."
심자영은 뒤돌아 주방을 나왔다.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주경민의 얼굴에는 실망이 가득했다.
그는 더 쫓아가지 않았다. 지금 두 사람 모두 차분하지 않았기에, 계속 말해봐야 모순만 격해질 뿐이고 아무 문제도 해결할 수 없었다.
먼저 자영이를 진정하게 하고 다시 얘기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는 오늘 자영이가 공식적으로 첫 수업을 하는 날이라고 들었기에, 자기 때문에 그녀한테 아무런 문제가 있기를 바라지 않았다.
물론 그는 쉽게 포기하고 여기를 떠나지도 않을 것이었다.
설거지를 하고 나서 주경민은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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