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9장 내연녀가 되려 하다

“좋죠.” 김유정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수고해요.” 허락을 받은 곽혜인이 김유정의 사무실에서 나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그때 김유정의 핸드폰이 울렸고 누군지 확인한 김유정은 입꼬리가 올라갔다. [바빠서 못 챙겼네. 이 비서한테 도시락 예약하라고 했으니까 밥 먹는 거 잊지 말고.] 연수호였다. [바빠도 밥 먹고 쉬면서 해야지.] 김유정이 답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핸드폰이 다시 진동했다. [이때 누가 뽀뽀해 주면 좋으련만.] 김유정이 자꾸만 올라가는 입꼬리를 애써 내렸다. [집에 돌아가면 해줄게.] 연수호가 답장했다. [그러면 일단 아까 길에서 못한 말부터 해.] 김유정이 잠깐 고민하더니 이렇게 답장했다. [여보.] [음성.] 단답에서 연수호의 불만이 물씬 풍겼다. 김유정은 그런 연수호가 너무 웃겨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이렇게 말했다. “여보.” 말이 끝나기 바쁘게 진소희가 문 앞에 나타났다. 황급히 핸드폰을 닫은 김유정이 고개를 들었다. “무슨 일이에요?” 진소희가 정교하게 포장된 음식들을 보여주며 말했다. “예약한 점심이에요.” 호텔리어가 올려다 준 점심을 보고 정수진이 김유정에게도 가져다주라고 한 것 같았다. 도시락은 최고급 호텔에서 포장한 거라 일반인의 절반치 월급 정도는 되었기에 진소희는 아무리 돈 많은 남자를 만난다고 하더라도 먹을 엄두가 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진소희가 다소 거칠게 도시락을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경비로 일하는 남편이 김유정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 것이 살짝 놀랍기도 했지만 김유정이 교태를 부리며 ‘여보’라고 부르는 걸 봐서는 그럴 만도 하다고 생각했다. 도시락을 내려놓고 나간 진소희가 경멸에 찬 웃음을 지었다. “도시락 먹으면 뭐 해. 결국엔 경비로 일하는 남편이 목숨값으로 번 돈인데 그러고 싶나?” 한편. “여보.” “여보.” “여보.” 가죽 의자에 앉은 남자가 느긋하게 의자를 돌리며 손끝으로 음성메시지를 연신 눌러댔다. 누르는 차수가 늘어날수록 입꼬리가 올라가는 건 별수 없었다. 그때 누군가 사무실 문을 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