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3장 정말 나를 사랑하는 걸까?

오후 6시, 하늘은 짙은 먹구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모든 풍경이 칙칙하고 무거운 분위기에 휩싸였다. 한 대의 연보라색 맥라렌이 어둠을 가르며 도시의 차량들 사이를 질주하고 있었다. 김유정은 핸들을 쥔 채 무표정한 얼굴로 도로를 응시했다. 차 안의 뉴스를 틀어놓고 머릿속 복잡한 감정을 잠재우려 했지만 생각은 끊임없이 엉켜갔다. 이미 목적 없이 반 시간 넘게 도로 위를 돌아다녔다. 그녀는 휴스턴 별장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연수호를 마주치고 싶지 않았고 그의 ‘해명’도 듣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문득 머릿속에 위험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수호 씨가 나한테 했던 그 말들은 진심일까? 아니, 수호 씨는 정말 나를 사랑하는 걸까?’ 그 순간 하늘을 가로지르는 번개의 섬광이 눈앞을 스쳤다. 콩알만 한 빗방울들이 톡톡 떨어지더니 곧 굵은 비가 땅 위로, 차 지붕 위로 쏟아지며 굉음을 냈다. 경성시는 항상 건조한 날씨가 이어져 비가 드물었다. 이번 폭우는 무려 석 달 만에 내린 첫 비였고 너무 갑작스럽고 당혹스러웠다. 이 비는 경성시를 적셨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마음도 촉촉하게 젖게 만들었다. 차 안에서 들려오는 뉴스 속 아나운서는 또박또박 전하고 있었다. “경성시는 앞으로 사흘간 폭우가 이어질 예정이며 일부 지역에서는 강풍과 함께 폭우가 동반될 것입니다.” 앞 유리 와이퍼는 일정한 리듬으로 움직였고 김유정은 운전 경로를 바꾸기로 했다. 다른 한편. 은회색 포르쉐 918 스파이더가 폭우 속을 뚫고 질주하고 있었다. 세 번째 전화마저 연결되지 않자 연수호의 얼굴은 창밖 어둠보다 더 음산한 기운으로 물들었다. ‘이 고질병은 도대체 왜 고치질 않는 거야? 화만 내면 전화를 안 받아. 몇 번이나 말했는데... 화가 나도 전화 받고 어디 있는지 알려줘야 한다니까!’ 그는 한 손으로 핸들을 돌리며 다른 손으로는 핸드폰 화면을 눌러 어떤 화면을 열었다. 화면 속 빨간 표식은 천천히 오아시스 대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었고 목적지는 고급 아파트 단지였다. 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