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6장 어둠 끝에 빛이 찾아온다

밤이 되자 검은색 차 한 대가 천천히 휴스턴 별장 앞마당으로 들어섰다. 차가 멈춰 선 후 집 안의 모니터 화면을 통해 방문자가 안수철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유정은 2층 발코니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정원 한가운데서 연수호가 안수철과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거리가 멀어 무슨 말을 하는지 들을 수 없었지만 연수호의 긴장한 표정만은 어렴풋이 보였다. ... 희미한 백색 조명이 그의 검은 옷에 드리워져 연수호의 날카로운 외모는 더욱 창백하고 차갑게 빛났다. 안수철은 휴대폰을 건네며 말했다. “도련님, 김형서 씨가 도련님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합니다.” 연수호는 휴대폰을 받아들고는 조용히 귀에 댔다. 전화 너머로 김형서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 도련님... 저를 미끼로 쓴 게 혹시 연 회장님 사건을 조사하려는 거 맞죠?” 깊고 어두운 눈동자는 한밤의 어둠 속에서 더욱 깊이를 알 수 없게 보였다. 연수호는 멀리 보이는 밤하늘을 응시하며 고요한 물결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저씨, 말해보세요. 전화를 건 목적이 뭡니까?” 어두운 골목 끝에는 주황빛 가로등 하나만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아래 작은 구멍가게 앞에는 검은 외투를 두른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가까이에서 보면 그의 옷에는 온통 피가 묻어 있었고 얼굴은 두들겨 맞아 멍투성이였다. 김형서는 공중전화기를 두 손으로 꼭 쥐고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도, 도련님... 제가 솔직히 말하면 살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들어나 보죠.” 연수호는 담담히 대답하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러다 마침 2층 발코니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우아한 실루엣을 보게 되었다. 김유정이 턱을 괴고 그를 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연수호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손짓했다. 들어가라는 신호였다. 김유정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안으로 들어가 욕실로 향했다. 다시 고개를 내린 연수호의 눈빛에 또 한 번 차가운 기운이 스쳤다. “연 회장님... 연 회장님의 죽음은 사실 사고였습니다.” 김형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