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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장 물건은 다 챙겼으니 그만 꺼져

그는 차 뒷좌석에 기대앉아있었고 왼손에 피는 그칠 생각이 없이 계속 흘러내렸다. 하지만 남자는 전혀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듯 무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오른손에는 술잔을 들고 있었고 가볍게 눈을 감은 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안수환이 손에 묻은 피를 닦아주며 말했다. “도련님, 상처에 붕대를 감아야 할 것 같습니다.” 연수호는 술을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가벼운 상처야. 괜찮아.” 그러자 안수환이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사모님 성격이 보통이 아니시네요.” 연수호는 손등 위의 상처를 흘깃 보더니 말했다. “내가 한 거야.” 김유정은 절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연수호는 누구보다 김유정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말은 세게 하지만 조금만 피가 나도 손을 벌벌 떨었다. 운전석에 앉아 있는 안수철이 백미러로 연수호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 “도련님, 서해안 별장으로 갈까요? 아니면 청능관으로 갈까요?” 십 분 전, 연수호는 김유정에게 쫓겨났다. 연수호는 김유정이 짐을 싸서 가출하려고 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자기가 아니라 연수호의 물건을 정리한 것이다. 트렁크의 물건은 많지도 않았다. 옷가지 몇 벌과 친절하게도 옷과 함께 코디할 시계 몇 개를 넣었다. 김유정의 말이 아직 연수호의 귓가를 맴도는 것 같았다. “가야 할 사람은 당신이야.” “물건은 다 챙겼으니 그만 꺼져.” “청능관에 가서 백혜지 씨랑 오붓한 시간 보내! 계속 여기서 날 괴롭힐 생각 하지 마. 그러면 여기를 폭파해 버릴지도 몰라!” 그리고 발로 트렁크를 문밖으로 차버렸다. 집에서 쫓겨난 게 그렇게 화가 나지는 않았다. 다만 김유정의 빨개진 눈시울과 실망 가득한 눈빛을 떠올리면 가슴이 답답한 기분이었다. 정말 너무 심란했다. 연수호는 아직 잔에 남은 술을 손등 상처 위로 부었다. 그걸 본 안수환이 다급하게 말했다. “도련님!” 알코올 농도가 꽤 높은 술이라 상처가 아려왔다. 연수호는 인상을 쓰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서해안으로 가지.” ... 커다란 별장에는 쥐 죽은 듯 조용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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